비가 많이 옵니다.

어두운 아파트 계단에서 자는 애기를 안고 구석에 앉아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마누라와 애기랑 외출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애기가 잠들었습니다.

세차한지 오래되서 차가 내외로 더럽습니다.

비가 옵니다.

운전하던 마누라가 아파트 현관 앞에 내려줍니다.

비가오니 애기를 안고 빨리 내리라는 것입니다.

주차하고 오겠답니다.

바람이 붑니다.

비가 날립니다.

현관안으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면 안좋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집앞까지 올라갑니다.

아파트 문앞에서 기다립니다.

...

애기가 무겁습니다.

계단에 앉습니다.

추울까 애기를 꼭 안습니다.

...

엘리베이트 올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앞집 아저씨입니다.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집으로 들어갑니다.

...

...

'아마 애기랑 집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

한참이 지나서 허겁지겁 마누라가 옵니다.

주차를 하고는 문을 열어줘야한다는 것을 잊었다고 합니다.

차안에 음료수병, 휴지 등을 정리하고

분리수거 통에 버리고 나니 생각이 나더랍니다.

며칠전 친구와의 바둑이 다시 생각납니다.

여려운 국면이었습니다.

여러가지 길이 있었는데 선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길로 가야지 수습이 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한칸 뛴 곳을 꾹 잇고는 상대에게

수습의 문제를 넘겨버렸습니다.

친구가 선택한 수가 좋은 수였는지

그후 진행에서 나의 수가 꼬여서 대망하고 말았습니다.

왜 그날의 망한 바둑이 생각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