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영감

보통은 제목을 정해놓고 쓰지는 못한다. 쓰다보면 좋은 제목이 떠오르고 나중에 제목을 올린다.

오늘은 제목부터 정했다. 베트남 영감.

Love in Asia 티브이 속에서 아들 딸 두 자식을 데리고 한국에 시집 온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리 저는 도장가게 아저씨가 어떻게 베트남 여인을 만났는지는 나중이야기 이고 태권도와 축구를 좋아하는 베트남 15세 아들, 피아노를 배우는 12세 딸, 그 아이들에겐 조국 베트남으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 생부와의 만남, 외조부 가족과의 만남.

축구선수나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어린 딸, 그 둘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다는 그 아비의 나중 이야기 보다는 베트남 영감의 모습이 각인된다. 손주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겠지. 모국의 사랑을, 핏줄의 사랑을, 그 영감님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고향을 기억하라는 뜻일까?

베트남 영감의 환갑잔치란다. 내장을 뺀 돼지를 통째로 구워 내 엎드린 돼지의 등엔 비단으로 덮었는지, 먹음직스럽지만 환갑의 의미가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 한국에선 환갑잔치는 안 하는지가 오래 되었지. 베트남 영감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저 양반 나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눈이 나빠 자막으로 나오는 글씨는 안 보인다. 일어서 티브이 앞으로 가 서서 본다. 그는 환갑잔치에서 한국에 간 손주들을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손주들에게 고향을 조국을 잊지 말라고 자신의 하고 싶은 말을 노래를 하는데 나는 서서 눈물을 흘린다.

저이들의 고향이 호치민 시 부근 두 시간 반 떨어진 곳 이라는데 파월장병들이 죽어갈 때 그 적군이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겠지. 나 또한 월남전에 자원을 했었다. 망해가는 나라의 미국대사관을 지키는 마지막 사명을 띠고 월남을 지키던 한국군인들, 외아들이라 지원이 거부됐었지. 이제 베트남 영감의 기타소리 노래 소리를 들으며 저 영감이나 나나 그저 그렇게 살아 온 것인데 싶다.

15살, 12살 베트남에서 왔다는 어린이들의 미래가 충만하기를 기원 할 뿐이다.

베트남에서 외조부가 생부가 그들의 미래를 축원하듯이 나는 미래의 청년들의 앞길을 축원 할 뿐이다.

그저 베트남 영감님의 면도 안 한 수염, 하얀 수염에서 내가 추구하던 자유인의 모습, 내가 생각하던 어른의 면모를 느끼며 놀란다. 수많은 나라를 다녀 보았지. 많은 사람들을 가난한 사람들,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 권력의 주구 하수인 수많은 이들을 보았지. 사람 사는 것은 그저 그런 것인가 보다 싶기만 했는데 베트남 영감의 기타소리에 눈물이 흐른다.

고향을 잊지 말라고.

베트남 영감님의 작은 바람보다 손주들의 미래가 우리 모두의 인류의 희망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