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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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바둑일기 190,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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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일기 190, 밀정 어제는 기원에 바둑을 두러 갔다가 졸기만 하고 두지도 못했다. 졸다 눈을 뜨니 신 뿌로가 가죽양복을 입고 건너편에 앉아 있다. 수요일 모처럼 쉬는 날이어 가죽 겉 옷을 입고 그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곳 이 곳 기원에 온 것이겠지. 평소 두툼한 잠바에 바지도 속에 솜을 넣은듯한 두터운 바지로도 모잘라 가슴속엔 충전식 온열기를 차고 있는 그가 산뜻한 모습에 나도 반갑고 잠이 확 깬다. 뭐가 왔어요? 아 등기 왔다고 쪽지가 있길래 ..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가져올게요. 문 앞에 붙어있던 우체국 쪽지는 없어졌다. 송파서에서 온 것이었는데. 배달하다 오토바이 사고가 났는데 무슨 무슨 뭐를 가져오라길래 못 가져다 줬더니 법원으로 넘겼다며 연락이 왔었는데 그건가본데 봐야하는데 어떻게 하나? 그는 걱정이다. 오늘도 병원을 마치곤 기원에 들어선다. 막걸리 한 잔 할까? 하시는 선배에게 날도 춥고 피곤한데 다음에 하시죠 하며 사양하고 같이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전철 속에서 선배는 말한다. 이 조장이 한잔 하자며 기다리라 했었단다. 소장의 밀정인 그녀석이 기다리라 했다면 최근 내 동정을 파악하고 듣고 싶었던 것이었겠지. S대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내가 어찌 생각하나 궁금했겠지. 소장이 시켰을까? 역시 반상에서처럼 제1감으로 움직여야 돼. 본능적으로 평소에는 마다않던 선배의 한잔 권유도 마다했더니 나의 본능은 아직은 옳게 작동되나보다. 소장의 밀정과 어울렸으면 태연한 척 안 취한 척하며 피곤한 몸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싶으며 역시 1감이야 싶다. 여느때처럼 편바둑에 열중인 기원 식구들. 내가 들어가려 하자 자리가 없다며 두던이들 6이서 또 다시 시작한다. 내가 장고여서 안 반기는 것일까? 내가 실력이 너무 쎄서 안 반기는 것일까? 별로 두고 싶지도 않고 옆에서 관전을 한다. 창과 방패는 모순이라지만 쌍방 치열한 공방에 곁에서 보아도 대단하다. 저리 잘 두는 이들하고 내가 평소에 두었던 것일까? 더우기 그들은 모두 속기이다. 나 같으면 다섯배 시간을 더쓰며 장고를 해도 저리 빨리 답을 찾지 못 했을텐데 싶다. 어제 오늘 종일 계속 생각을 했어도 답을 못 얻었다. 계속 있어야 하는지 s대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장고를 해도 얻어지지 않는 답이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겠지. 처는 어제 얘기했다. 마음 가는대로 가야 한다고. 나는 오늘 생각했다. 윗선에서 이야기가 있으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수하 모든 직원들이 똑같이 나처럼 오늘 생각을 해 보았었겠지. 가는 것이 이익일까 남는 것이 이익일까? 나조차 그들과 다름이 없다면 스스로 부끄러운일이겠지. 그래 닥치는 다가오는 대로 그 순간에 1감으로 움직이자.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노력을 해 온 평생 아니던가? 저 치열한 내기꾼들과도 내기를 하며 버텨 온 나 아닌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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