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102,

위험한 동거 시리즈 2, 청소 알바

그녀는 임상병리과 1층 채혈실 전면 통 유리창을 열심히 닦고 있다. 작은 키에 높은 곳은 팔이 닿지 않을 텐데 열심히 아래위로 문지르고 있다. 그 뒤에는 미화반 감독이 서서 지켜보고 있다.

병동소속 미화반원들은 피와 오줌 바닥의 분비물 등 치울 것이 끝이 없고 환자나 보호자 간호사들과의 충돌이 끝이 없는데 비해 1~5층 검사실 소속 미화원들은 깔끔하게 치우기만 하면 되니 편한 보직이란다. 미화반의 오래된 고참 들이 오랜 병동생활을 거친 후에 배치 받나보다.

1층 채혈 실에서 그날 근무하던 그는 내게 얘기한다.

그녀를 자기가 소개해 취직 시켰는데 자신이 근무하는 채혈실 안에 와 청소를 하니 자기도 안쓰럽고 불편하다고 자신이 다른 부서로 갔으면 싶단다.

미화반장에게 물으니 자신이 알아서 신경을 쓰시고 계시 단다. 건망증이 있어 청소를 해야 하는 구역도 빼 놓고 잊어먹어도 챙겨주시고 있었나보다. 내가 직접 부탁을 못 했어도 우리 직원들의 청까지 이리 들어 주었다니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그가 아닌 그의 뒤에 있는 내가 몰랐어도 챙겨주신 것일까?

좋게 말해서 건망증이지 주의력 결핍이나 더 나가서 사회성결여내지 사회생활 부적격인 듯 싶다. 이제 나이 30이라는데 젊음과 재기 패기가 발랄할 시기인데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집안이 어려워 보고 배우며 자란 것이 없어서일까?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지 못 하는 것 같다.

용인 집이 멀어 주중에 머무르는 가락동 오피스텔에 같이 있기를 청하던 그는 그녀가 갈 곳이 없는 불쌍한 이인데 자기가 같이 데리고 있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오피스텔 한 켠의 옷 갈아입는 옷장 쪽 칸을 조금 넓혀 그 안에서 자게 하겠단다.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동생과 할머니와 사는데 사람취급을 못 받고 버는 대로 뺏기기만 한단다.

“알바라서 80만원 받던 것을 식대 제하니 76만원인데 이것저것 주고나면 남는 게 없어요.”

청소 알바조차 힘들다고 그만 둔 그녀를 그는 걱정이 태산인가 보다.

“어깨가 다 부었더라고요. 걔는 청소하면 안돼요.”

“너는 청소 안 해도 돼. 오빠가 다 할게.”

발목이 부어 병원에 다녀왔다는 그녀는 열쇠를 복사해 왔냐고 묻는 그에게 돈이 없어서 못했다 한다. 병원에서 5천원내고 차비내고 돈이 없었단다.

“내가 병원 그만두기 전에 이달 일한 것 5일치 받으면 될 텐데.”

그는 자신의 월급을 통째로 그녀에게 준다던데 다 어쩐 것일까? 내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아야지.

자 밥을 먹어야지.

된장국과 만두 김치 생선조림 간단한 상을 본다.

“나는 두부가 없으면 밥을 못 먹어요.” 그가 말하자 그녀는 내가 돈이 있으면 반찬을 해야지 한다.

셋이 저녁을 마친 후 설거지를 하곤 용인 집의 처에게 전화를 한다.

“왜 이렇게 전화가 늦었어?”

“손님들 밥하고 설거지 해 주느라고.”

“집에서도 안하는 설거지를 왜 해?” 2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