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자살했다는 젊은 양반의 장례식장

어느 연예인이 자살을 했다며 임상병리과의 여직원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수군거린다.

장례식장을 c의료원으로 정해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수군거린다. 얼마 전인지 최진실씨도 자살을 했다기에 돈 많은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그럴 수도 있나보군 싶었는데 누군지도 모르지만 왠 젊은이가 죽었다니 무슨 곡절이 꽤나 깊었나 보다 싶긴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싶었다.

응급실 건너 장례식장엔 커다란 위성중계 차량이 두 대나 들어서고 각 신문 언론 방송사들의 차량과 기자들이 조문객보다 더 많이 들어찬 듯하다. 병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선포되어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이 없어졌지만 장례식장은 유일하게 흡연 장소가 지정되어 있는 곳이어 자주 애용하는 나로서는 소란스런 조문행렬이 귀찮기만 하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일본 기자인지 헤어스타일이 한국식과는 다른 이가 일본어로 핸드폰에 열심이다.

점심에 식당에서 주변에 앉은 직원들에게 묻는다. “누가 죽었다더니 연예인인가?”

“티브이 탤런트이고 영화도 했지요. 일본에서 더 유명했어요.” 작곡과를 졸업했다는 20초반의 젊은 직원이 답한다.

“근데 왜 죽었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사업을 하다 잘 안돼서 그랬대나 봐요.” 40초반의 다른 직원이 답한다.

퇴근 후 뉴스 전용 방송을 보다보니 박 모 씨의 빈소에 연예인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비춰준다. 소지섭인지 그는 빈소에 들어서며 울음지어 빈객들을 안타깝게 했다며 뉴스는 전한다. 아 저 사람은 나도 아는데! 언젠가 저녁6시 전원일기 풍의 농촌 프로그램에서 아들로 나와 법대생 역할인지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언젠지 군대를 간다며 입소 장면까지 티브이에서 보여주던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장례식장 앞에서 담배를 피운 후 응급실 쪽으로 돌아오는데 수하직원 셋이 점심식사를 마치곤 담배를 피러 오고 있다. 그 중 한 명은 소련에서 살다 처자식을 그곳에 남겨두고 돈을 벌러 한국에 온 친구인데 한국적 정서와 상식 등이 모자라 평소 인사를 잘 안하고 나머지 둘은 그가 보는데서 지기 싫어 못하나보다. 이제 40대 이니 여기 아니라도 어디든 가도 못살랴 싶긴 하겠지만 모자라는 인물들이라 저러지 싶다. 잘라버리면 그만인데.

어제 점심 후 전화를 받았었다. 몇 달 전 그만 둔 직원이다. 아니 해고당한 직원이지.

C의료원이 보이는 인근에서 택배를 구역을 맡아 하고 있는데 다시 복직을 하고 싶어 본사에 물으니 거절을 당했단다. “아니 좋은 구역을 맡아 괜찮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제도권 안에서 일을 하는 것과 다르지요.” “전에 제 곁에 앉아서 해 주시던 말씀들을 평생 잊지 못 할 것입니다.”

사실 그 친구가 복직을 신청하면 나부터 거절을 했을 것이다. 근무시간엔 자리를 비우고 담배를 피우러 멀리 나가있고 술을 마셨다며 본사에 높은 양반들에게 문자로 회사를 폭파시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하겠다고 하며 해고를 통지하던 소장에게 개새끼 쇠새끼 하던 일은 벌써 다 잊어버린 것일까? 한번 뱉은 말은 다시 되 담을 수는 없는 것인데.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면 그만 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그렇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그 순간에도 해고 통지서를 타이핑하는 소장에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시죠.” 하자 “하00씨와 도대체 무슨 관계인데 그러세요?” 라고 묻던 소장의 질문은 안 잊힌다. 무슨 관계이긴 내가 반장이고 내 수하직원일이니 그렇지 속으로만 답하며 뱉지는 못한다.

덕담으로 마무리한다. “다 잊어버리세요. 우리 그때 같이 한잔 하고 노래 부르던 기억만 잊지 말고.” 하루하루가 이리 복잡하고 어려운데 어느 젊은이가 먼저 갔건 안 갔건 그게 왜 그리 중요한 뉴스가 되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