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내 매주 일요일 3시에 시작인 노천예배의 정남식 목사께서 지난 8월29일 소천하시고 경찰병원에서 장례절차로 사모 김금숙님은 오늘 처음 노천예배에 다시 나오셨다.

30분 일찍 모여 향후진로와 방법에 사모와 제직의 의견을 모으기로 하였다.

지난 20년간 그 분의 발자취가 너무 커서일까? 고 정목사가 안계시니 앞으로 어떻게 해 나아갈 것인가에 의견이 분분하시다.

참석교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천 원씩을 차비로 드리고 2주에 한 번씩 신 라면을 한 개씩 드리는데 참석인원은 60~120명 선이다. 라면을 드리는 주엔 많이 들 나오신다.

장로 황: 고 정목사님 유지를 받들어 노천예배를 계속하고 사모께서 일 년 동안 매월 일정액을 헌금하시기로 하셨다는 광고. 그동안 해 오던 그대로 유지예정. 이갑용전도사와 원로목사 제직들이 상의하여 향후 담임목사가 정해질 때 까지 의견을 모아 운영제안.

원로목사 최: ‘사는 것도 늙으니 지겹다‘ 라는 주제로 설교를 했어 그랬더니 헌금도 좀 더 나오던데. 돈 내고 교인 길러봐야 소용없다. 라면을 주는 날은 돈을 주지 말라.

여전도사 유: 7~8명의 설교자가 돌아가며 두 달에 한 번 꼴 말씀을 증거 하셨습니다.

끝 주에 말씀 증거 하시는 오 목사께는 사례금을 드렸는데 앞으로는 동일하게 대우가 바람직.

원로목사 신: 조직에서 물질문제는 계획 질서 윤리 도덕 등에 입각 그 후 각자 감동된 대로 하는 것. 담임목사의 선정은 사모께서 선정. 먼저 종사자의 힘은 기도. 최 목사가 오래 고생했는데 한 달 만이라도 명예 담임을 해야 하지 않겠나?

원로목사 최: 요새 개척교회도 많이 문 닫고 있어. 나도 30년 목회했고 고 정목사와 미국에 같이 갔었고 20년째 이곳에 같이 했지. 목회 돈 관리는 맡아하는 자가 담임이 되야 돼. 재정적인 권리야.

사모 김:

3,000원씩 넣어진 봉투를 각자 전하며, 돌아가시기 전에 만들어 놓으신 것을 찾았습니다. 이게 제가 마지막 드리는 것입니다.

(고인이 팔던 땅콩 남은 것을 할머니들 나눠드리게 가지고 왔습니다. 알록달록한 사탕모양의 작은 엄지손톱만한 속에 땅콩이 들었나보다. 주먹만 한 작은 포장으로 나뉘어 꾸러미 속에 들어있다.

오후 3시부터 밤 12시 넘어 한 두시 까지도 땅콩이 다 팔리고 귀가 하셨다는 고 정 목사님은 그 돈으로 불우노인들에게 나눠드리며 사역을 해 오시던 중 지난 8/29 새벽 귀가 길에 교통사고로 소천 하셨다.)

가락시장 내 첫 시작은 천막을 쳐놓고 나그네(노숙자)들을 씻기고 옷 입히고 숙식을 20명 정도 수용했습니다. 1년 후 나그네들의 도둑질 소변방뇨 등으로 관리소에서 천막을 철거. 나그네들이 밥 짓는 들통을 엎어버리고 정 목사는 간첩이다 라며 스피커를 들고 다니고 어려움이 많았었습니다. 이 안에서 이곳저곳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다보니 나그네 들은 줄어들고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저절로 참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인들이 불쌍하다고 돈을 주게 되어 2천원을 차비라 주었습니다. 줄을 서서 나눠드리면 뒤돌아서 다시 줄에 서 돈을 받으려해 멱살 잽이 싸움이 일어 제가 돈을 나눠드리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껏도 그렇게 유지된 것입니다. 처음 할머니들은 험했다. 지금은 멋쟁이이다. 닭죽 통을 세 개 들통을 끓이면 덥고 힘들었다.

사모의 조용하신 목소리의 말씀을 듣노라니 감동이 벅차다. 지난 20년간의 가락시장 내에서의 험난하셨을 사역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예배를 볼 때마다 노숙자(나그네)들이 기웃거리면 저이들이 왜 저러나 싶으며 걱정스럽던 것이 그 분들이 오히려 20년 전부터 선배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연해주부터 죽음의 열차에 태워진 채 강제이동된 열차의 끝 우즈베키스탄 쿵그라랏 사막에서 움집을 파고 씨앗을 빌려가며 살아남아 소련의 모범적인 콜호즈(집단농장)을 만들어내고 나름 깔끔하고 안락한 집들을 만들어 후손의 교육에 애쓰던 모습에서 한국여인들의 용기와 지혜를 느꼈었는데 이곳 사모의 모습도 한인의 얼을 이어올 수 있던 원동력인 우리들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과 용기가 아닐까?

12살에 기차를 타고 시체를 내버리며 왔었다는 소년은 83세이다. 아버지의 고향이 함흥근처라 들었다며 이북노래 휘파람을 부르던 노인이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노천교회의 제직 원로목사들과 불우노인들, 비가오나 눈이오나 맨 바닥에 앉아 노천에서 천원을 받기위해 인내하는 것일까? 연해주에서 중앙아에서 가락시장에서 삶은 비슷하게 가는 것일까?

노란 병아리 20여마리가 길가 비석공원 가운데 느티나무밑에서 소란스레 물을 먹는다.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시간에 웬일일까? 노숙자 서너명은 만족스런 얼굴로 둘러앉아 병아리들을 보고있다. 자신들의 쉼터이자 숙소인 공원에서 지난 몇달을 보이지 않다가 시장안의 급식소와 숙소에서 지내다 추석대목으로 시장속이 너무 바쁘고 분주해서 모처럼 고향을 찾듯이 이곳으로 돌아온 것일까?

그중 한 명의 모습에 속으로 놀란다. 그 동안은 사이비 노숙자의 모습에 선배들에 맞는지 여기저기 터지고 깨진 모습이던 그가 이젠 완연한 노숙자의 모습에 흰머리도 반은 섞인 머리를 이젠 길게 기르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병아리들을 내려보고 있다. 기원에서 심부름을 하던 그전보다 편한모습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