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28, 잠 자던 죄

운동복을 입고 산책을 나선 주말 아침은 공원도 붐비고 베트민턴 매니아들도 많겠지 생각하며 작은 언덕에도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배트민턴 구경이나 해야겠군 걸음을 재촉한다.

역시 운동을 해야지 속이 더부룩한것 같던 기분도 어느새 없어지고 지나는 가게들의 메뉴에 식욕이 돌기도 한다. 치킨집, 뼈해장국집, 칼국수집, 왕갈비집, 김밥..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다 장사가 잘 되고있는 것일까?

한국관 이라는 관광객 상대 한정식 집을 하던 강사장은 취룡이라는 중국식 퓨전 체인점으로 5억인지 들여 바꾸었다가 얼마 못 가 다시 문을 닫았다. 이번엔 왕갈비 집으로 인테리어를 고치길래 그래도 여력이 있으신가보다 싶었는데 이젠 손을 떼고 모 대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분이 시작하시는 것 이란다.

명동에서 바둑둘때 구미중의 일원이 한국기원에 가 프로가 되었다는 강사장은 바둑 매니아이다.
인테리어를 하는 이사장은 지방을 다니며 하시는데 바둑으로 연결되어 강사장가게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지?
새로 인수했다는 이도 기원에 가끔 오셨었다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산책길에 공사중인 왕갈비집 건너편에 서서 보고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 저이가 새로 인수한 분인가 보다 싶다. 기원에서 가끔 보던 분이군.
전부 연결이 되는 고리는 바둑이군.

배트민턴 치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 새벽에 와서 운동하고 벌써 돌아간 것인가? 하루종일 계시는 분들도 많은것으로만 알고있었는데. 공원을 빙 돌아가며 산책로에 지나는 이도 없다. 저녁엔 사람이 많던데 주말 오전엔 오히려 집에서들 쉬고 있는것인지?
빨리 돌아가야겠군 일어나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산책길을 빙 둘러 기원으로 들려본다.
조용히 책이나 봐야지 싶으며 들어선 기원은 난장판이다.

사범혼자 청소를 하고있지만
흑알 백알이 일부러 모두 쏟아버린듯 바닥에 난장이다. 깨진채 바닥에 뒹구는 바둑알통, 자빠진 의자, 담배꽁초들과 커피가 말라붙은 화토, 깨진 전기난로, 마치 떼거리로 패사움이라도 벌인듯한 흔적이다.

추리닝 위를 벗어놓곤 의자들을 한 쪽으로 치운후 바닥의 돌들을 소쿠리 두개에 흑 백을 갈라 담는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을 가려내며 심하게 깨진 돌들은 버린다. 한참을 손가락 마디가 새까맣게 되고야 돌을 다 담는다. 어느새 삼성 수입파트에서 일하던 최사장도 와서 옆에서 거든다.
돌을 평생 쓸어모으거나 통에 담아보거나 했지만 이렇게 많은 돌을 담아보기는 평생 처음이군!

  귀가 안들리는 사범은 힘이 나는지 열심히 대걸레질이다. 어느정도 정돈이 끝난다.
원장이 들어서며 "119에 실려서 병원에 갔다길래 어느병원인지 물어도 안 가르쳐줘서 병원을 두 군데 다녀 온다" 며 들어선다.
1층에서 식당을 하는 최가 어젯밤 손님들도 많은 시간에 폭언과 행패를 부리며 기탁을 모두 쓰러뜨리고 야간 책임을 맡는 국방부 노인을 폭행하여 경찰이 와 사진을 찍고 경찰서에서 피해조서를 마쳤단다.
"별볼일 없는 늙은놈들" "기원에서 자는 놈들 다 죽여버릴거야" 여럿 앞에서 이런 소리를 했다니 믿을수 없지만 행패의 현장흔적을 보니 그럴만도 싶다. 더우기 처음이 아니고 두번째란다. 전에도 한번 다 뒤집어 엎었는데 술먹은실수려니 해서 넘어갔다더니 두번째란다. 노인을 폭행하고 모든 기탁을 엎어버리는 것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평범한 이들은 감히 엄두가 안 날 일일텐데.

"최사장 한 판 둬야지" "이럴수록 별일없는 모습을 지켜야지" 나는 바둑을 권한다.
s그룹의 수입담당이던 최는 "정말 좋은 사람이 몇 이 있으니까 여기오지. 안 그러면 안 오지"하신다.

갈곳이 없어 기원에서 숙식을 하던 죄로 잠자던 죄로 폭행을 당하고 경찰서 로 병원으로 다녀온 국방부는 목욕탕에라도 다녀 오셨는지 깔끔한 모습이다.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마음을 강하게 잡수세요"
넷이서 편바둑을 시작한다. "오늘 국방부 만난분은 무조건 져드려야돼"
넷의 대국은 내가 국방부를 한 집 이겼지만 우리편이 상대에게 한 집 져 전체 빅이다.

절묘한 승부결과이다. 국방부 노인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첫 대국일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