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거 시리즈4, 방 빼! (종결 편)

작은 햄버거와 16온스 큰 컵 콜라를 건네준다.

“삼촌 것 남겨놓은 거예요“

“열쇠도 힘들게 복사해 왔어요.”

“잘했어.” 그는 매우 즐거운 표정이다. “우리 인순이가 오늘 고생했네.”

병원 퇴근 후 막걸리를 한 잔 한 것이 얼큰하여 햄버거를 먹곤 바로 침대에 든다.

새벽에 눈을 뜨니 아무도 없다. 그는 간밤에 나이트 근무를 갔을 터이고 그녀는 엊저녁에 갔나보군. 8am퇴근인 그를 임상병리과에서 만나 그녀는 간밤에 갔느냐고 묻자 놀라며 걱정을 한다. 대뜸 전화기를 꺼내들지만 연락을 안 받나보다.

밤 9시경 자신이 출근할 때 같이 나와 바람을 쐬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간다고 했는데 안 들어왔다니 걱정인가보다.

여름 휴가철이어 각 부서별로 휴가자들이 많다.

빈자리는 대리근무자를 투입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약제부나 임상병리 등 전문성이 필요한 곳은 특히 대근이 어렵다. 이른 아침엔 임상병리과에서 점심 무렵엔 약제부에서 오후엔 수술장에서 일을 돕느라 피곤하기 짝이 없다.

간호부의 모니터링에 대비하여 새벽 5:30부터 일을 시작하여 더욱 피곤했나보다.

저녁 퇴근 후 오피스텔에서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일주일 먹을 국거리는 벌써 빈 통이다. 전기밥솥의 밥은 싹 비운 채 전기도 안 꺼놓았다. 라면도 싹없어졌다. 나의 기호식품인 쌀국수도 딱 한 개만 남았다. 남의 것은 안 건드리고 먹어도 항상 반은 남겨 놓은 것은 나만의 미덕일까?

그는 소파에서 자고 있다. 탁자 위의 작은 등만 켜고 컴퓨터를 연다.

바닥에 늘어놓은 여러 무더기의 이불과 옷가지 가방 등 신경이 거슬린다. 캐비닛과 옷장을 한 개씩 사용하라 주었는데 옷걸이 hanger 를 사다 놓겠다더니 야근 후 피곤하여 낮에는 종일 자느라 미루고 있나보다.

동거는 역시 쉬운 게 아닌가보다. 비워달라고 얘기할까 속으로 여러 번 생각해보다 그래도 참아야지 싶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극복하는 과정도 즐거운 것이겠지. 이제는 가족이라고 생각하자고 그도 그러지 않았던가.

10pm 출근인 그는 부스스 일어나 먹을 것이 없는 것은 아는지 그냥 출근한다.

다음날도 똑같은 반복이다.

나는 퇴근하여 들어오고 그는 일어나 출근 준비 중이다.

“오늘 새벽 약국에서 일하는데 3시쯤 어지러워 쓰러질 뻔 했어요.”

“먹지를 못해서 그런지 잠을 편히 못자서 그런지.”

“아무래도 불편해서 다시 고시원에 들어가야겠어요.”

“나도 불편하지! 편한 대로 하세요. 나는 상관없으니.”

“반장님이 제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계획은 무슨 계획. 저 벽의 플랭카트 들을 보면 알듯이 나야 다른 나라의 모르는 사람도 돕겠다고 의료봉사를 다니던 사람이니 아는 사람들을 가능하면 돕고 싶은 것뿐이지.

“내가 oo씨 봉급을 갈취하겠다고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약제부 여러 직원들이 자신들의 야근수당이 깎여 싫어하는 반감을 알면서도 당신을 고정 나이트로 배치 해 준 것이고 사실 임상병리 동료들도 당신과 근무하는 것이 싫다하고 약제에도 순발력이 필요한데 당신에게 적합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있을 수 있는 곳은 수술장 회복실 환자 이송담당 한개 부서 정도 일 텐데 그러면 봉급이 줄어들 테고 사실 그조차도 당신은 대인관계가 매끄럽지 않아 나도 불안하다.

그게 내 한계에요.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내가 직장생활을 해 본 것도 아니고. 나는 어디서나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하더라고요. 근데 꼭 한 사람씩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금 반장님 처럼요. 지금 이 나이에 어디 취직을 할 수도 없을 테고 병원처럼 깨끗한 좋은 직장이 있을 리도 없긴 하지요.

제가 병원생활을 시작한 이유도 인순이를 돕기 위해서였어요. 내가 없으면 걔는 사회생활을 못해요. 내가 돌봐줘야돼요. 그는 밤10시 출근시간에 맞춰 오피스텔을 나선다.

아침 순찰을 돌며 진단검사의학과 4층에서 일하고 있는 그에게 말한다.

화요일부턴 원상복귀로 전 근무시간에 출근하세요.

그게 아마 제일 좋은 방법일 겁니다.

"녜 그럼요. 저는 그저 반장님이 시키시는 대로만 하겠습니다.“

짐은 이번 주말 중에 옮기세요. 끝.

201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