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죄를 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그 대가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런 사람들이 또 주변을 성가시게 하면서 오래살고 모두는 아니지만

밉다하니 부와 명예를 가지고 거들먹거린다. 울 아버진 한 삽도 없으면서

평생을 당신 하고 싶은 대로 살고도 몹쓸 병으로 엥긴다.

도리를 지키고 착하게 살려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많고 주변에서 칭송을

받지만 단명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승은 악하게 살아야 장수를 하고

부와 명예를 가지기 위해선 악해야 공천을 받는다....는 얘긴데.

하지만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생활이 무난하고 평균 수명과 그 인원에서 단연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도는 양다리를 걸치며 사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가난이 무능이고 부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개똥철학이 뒷골목 막걸리 집이

아니라 버젓이 매스컴을 타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비굴해지고 사악해져 간다.

나는 아니라고 내 뜻대로 곧게 경우에 맞게 살려고 하면서 자신에게 비웃는다.

“이 어리석은 놈아”

그리고 가끔씩 스스로 양해를 하면서 법과 약속을 어기고 죄도 짓는다.

이제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어제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가 많다

어느 큰 스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수행자들아 도를 알고 싶고 거기에 이르고 싶다면 인간의 도리를 던지거라.”

뭐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속세의 소주잔에 떠있는 개미 같은

인생은 알듯 모를 듯 하고 애초에 깨우침엔 관심조차 없었고 그저 그렇게 수행

하는가 보다 그런 분이구나 하고 생각 할 뿐이었다.

그렇게 원망하던 아버지에게 지금 나는 까마귀가 되어있다. 도리를 한답시고.

근데 할머니를 모시는 동안 세상살이가 참으로 힘 드는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고통 속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성숙 해졌다는 느낌을 스스로에게서

발견 하였을 때 어렴풋이 도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도 하게 된다.

깨우침이란 어차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되는 것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하고

본질을 파악하여야 하며 그리고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보니까.

할머니를 모실 때는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었고 치매로 어머님과 내가 파김치가 되어도

측은한 마음에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는데 지금 아버지에겐 그런 애달픔은 솔직히 없다

도리어 빨리 가지 않는다고 핍박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아니 늘 그래 왔었다

할머니 위주로 생활을 하면서 그런 핑계로 당위성으로 소홀히 모셨고 서로 인정해 왔다

하물며 이번에 할머니가 갑자기 가신 것도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에겐

원망을 하고 할머니에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근데 이번에 쓰러지고 나서는 단 한번 할머니를 위해서(?) 눈물을 흘렸을 뿐 기가 막힌다.

어머님과 나는 물론이고 막내까지 수시로 불러 이런저런 요구에 당신이 아프다는 것이

가족을 위하다 돌아온 대가인 냥 엄살에 어리광에 요구가 가관이다.

아무래도 나에겐 부담스러운지 주로 어리광이지만 어머님께는 그저 역정 내고 고함지르고

막내에겐 이것저것 바라는 게 많다. 도대체 아프다는 것이 당신이 아픈 게 우리 가족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턱밑에 앉아서 물어 보았다.

“ 아이고 내가 죽어야지”

돌아누우며 하는 말에 겉으론 허허 웃고 말지만 속으로 한마디 한다

“아버지 보소 죽고 싶은데 매끼 한 마리 만원하는 전복죽에 소고기 장조림만 먹소”

사실 중풍과 치매는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환자는 자신이 젤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으로 원하는 대로 들어주다가는

병을 고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중풍이나 치매처럼 장기적인 간병을 요구하는 병에는 사실 현재는 약이 없다는 게

정설인데 문병 오는 사람들이 또 문제다.

각자가 한 가지 처방을 내리고 가기 때문이다. 병은 하나 요 약은 백가지라 했던가.

누구누구는 무어무엇을 먹고 나았다더라. 무어무엇이 좋다고 하더라.

이 카더라 처방에 식구들이 죽어나는 것이다. 필시 이번만 먹어보자고 할 것이고.

내다 버릴 수 없어 내가 달려들었고 안타까워 어머님이 거든다. 할머니 가시기전에

쓰러져 벌써 한 달 보름이 지났고 그동안의 정성이 먹혔는지 차도가 있으나 완쾌는

물 건너간 송아지고 나이 스물에 시작한 간병 생활이 또 길게 이어질듯 하다.

나에게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어 온다면 부와 명예를 가마솥에 붓고 세월을 땔감삼아

억지효자 간병 부지깽이로 속 불 뒤적이며 살았노라고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