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눈짓만 해도 서로의 마음뜻을 안다고 하는데
난 이십 몇년간 한솥밥 먹은 아내에게
긴시간을 대화하며 나의 마음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아뿔사,
나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억울하다면서 꺼이 꺼이 울고 하소연을 한다.
"내가 얼마나 당신말 잘들으려고 노력하고 고생했는데..."
헐... 이게 아닌데...
어디서 뭐가 잘못된거지...?
나는 나의 입장에서 모든것을 바라보고 말하고있으나
아내는 아내만의 선입관이 있으며 사물을 보는 시각역시 다르다.
분명 한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아내 와 나는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것이다...
아, 대화의 어려움이여...
말없이 눈짓만으로, 생각만으로
서로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 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열흘전 아내와 속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려다 아내의 마음속 깊이 뭍어두었던 상처를 건드렸었나 봅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내가 꺼이 꺼이 울면 당황해서 도망갈 궁리를 했을텐데 요번엔 이상하게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하더군요. 그래서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위의 글은 그당시 내 심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워낙 성격이 좋고 잘 참는 기질의 아내인지라 그동안 결혼생활하면서 억울하게 생각했지만 참고 눌러두었던 감정이 대화를 하는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온듯 했습니다.
울면서 하소연 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습니다.
내용인즉 애들 공부시키고 키우는데 얼마나 힘든지, 가게의 물건 구매하는데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고있는지, 일요일엔 또 교회에서 가르치느라 쉬지못하고 일을 하고있는데
왜 칭찬은 안해주고 조그만 일, 시시 콜콜한 실수들을 이야기 하냐는것이지요.
제딴에는 아내에게 진심의 조언을 해준다고 말한것인데 날짜를 잘못잡았던것 같습니다.
억울한 감정, 섭섭함은 내면에 묻어둔다고 사라지는것이 아닌가 봅니다. 오히려 엉뚱한 시기에 다시 용수철 처럼 튀어나와 더 크게 폭팔하게 되어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섭섭했을 당시에 이야기를 하면 상대편도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운데, 후일 조그마한 일이 생겼을때 묻어두었던 옛날일 까지 합쳐서 왕창 터트리니 상대방도 이해를 못하고 같이 화내며 싸우게 되는것 같습니다.)
5년전 "제발 화 내지 말라" 는 부탁을 받고 내가 벌컥 화내는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공부하고 고치려고 자신과 씨름 했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화 의 문제가 해결된듯 싶었더니 새로운 숙제를 또 던져 주는군요...
그날 제아내가 내준 숙제가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제발 "검사" 가 되지 말라는 것이 었습니다
.
잘못을 지적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잘못한것을 자신이 왜 모르겠냐고...
직업을
검사에서 변호사로,
코치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치어리더 로 바꿔야 겠습니다...
나는 천부적으로 남의 잘못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잘 지적하는 탈렌트가 있는데...
이건 정말 거의 천재적이라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걸 하지말라니... 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죽게 하는것은 아닌가 염려가 됩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남의 실수를 지적하는대신
격려하고 칭찬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보아야 겠습니다.
날카롭게 지적하는 제자신과 앞으로 5년간 또다시 싸워야 할것 같습니다...
(제버릇 남주겠습니까?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
혹시 여기서도 제가 검사의 일을 하는걸 보시거든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