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00, 百回

2000년 인지부터 삼성의료원에 다니며 병원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7년의 근무기간 중 38편을 쓰곤 퇴직 후 무척 아쉬웠었다. 7년이면 년 간 360편씩 2천편이상을 쓸 수도 있었는데 겨우 38개라니. 복직을 하며 다짐을 했다. 최소 천 편은 채워 보리라고. 2009.2.26 복직하여 일 년 반 동안 62편을 썼다. 7년간 쓴 것 보다 거의 두 배를 썼으니 적진 않은 것 일 텐데 어쨌든 이제 99편을 쓰고 100 편 째 이다.

7월3일 인지 99편 째 쓰고 근 10일을 소모하며 구상을 해 보았다. 뭔가 기억에 남을 百(백)편째 병원일기를 남기고 싶어서 이었지만 구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새벽 3:30 여느 때처럼 일어나니 왼쪽 가슴이 아프다. 이제 드디어 평생 버리지 못 한 흡연의 대가인가 싶다. 폐가 망가진 것일까? 오후에야 깨닫는다. 폐가 아니고 심장일 수도 있겠군 싶다. 폐라면 좌우대칭 일 것도 같은데 왼쪽만 아픔은 심장일 수도 있겠구나 싶으며 더 불안하다.

오늘부터 C의료원의 국제병원규격인증 실사가 시작되었다.

약제부 전 직원들은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출근하여 이른 아침부터 법석이다. 평소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시작한 것이 끝나는 것은 두 시간 이상 빠르다. 약제부를 나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둘러본다. 오후 1시부터 4시 까지 예정된 인터뷰 스케줄대로 여러 병동에서 동시에 평가는 진행 중이다.

병원 전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며 흡연자가 발견이 되면 평가 자체가 중단된다는 경고에 새벽 4:30집을 나선 이래 오후 16:00까지 담배를 못 핀다. 거의 12시간의 금연은 정말 오랜만이다. 일부러 일찍 병원을 퇴근하며 담배를 문다.

Cardio(심장)이 아프다면 갑자기 자다가도 갈 수 있는것 아닌가?

폐가 아픈 것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네 싶다. 병원단지 전체에선 금연이라며 젊은 경비들이 흡연 가능구역을 순찰을 돌 길래 퇴근길에 병원을 나서며 구름다리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담배 한 가치를 피고 나니 어지럽다. 마치 처음 못 피우는 안 피운다는 담배를 억지로 주변에서 피우게 한 어린 시절의 첫 담배를 피운 후의 기억이다. 구름다리 계단을 오르며 어지러움에 난간을 잡아야지 싶다. 뒤로 넘어지면 갑자기 갈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젠 유서를 써 놓아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진 것도 남길 것도 없지만 이야기라도 남겨야겠지.

백회를 채우는 의미 있는 순간이 건강의 적신호와 겹쳐 더욱 비장한 느낌이다.

다만 이제 백은 채웠으니 앞으로의 꿈은 二百일까 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