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32, 경로당

저녁8시경 끝난 결승전의 상금들을 드린 후 뒤풀이 식당으로 향한다.

명단을 확인하니 참가자는 총 102명이다. 점심 이후나 저녁때 늦으막이 잠깐 들린 이들도 많은데 기료는 6 천 원 씩 전부 계산했다. 전임회장이 아는 곳이어 체면상 가격협상은 아예 담당이 안 했나보다.

점심에도 동문전체가 식사를 한 대금도 치러야 한다. 순두부나 김치찌개 뚝배기 각 하나에 보쌈 4인 하나, 소주 한 병의 작은 예산에도 점심값만 104만원이고 저녁은 24만원이다. 밥값만 130만원이군. 초기보다 점점 빈약한 점심을 제공하는 것도 마음속으론 안타까웠다.

평소 회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대회 당일에도 출전기수 별 세 사람의 합 5만원을 받는데 총 88만원이다. 16기수에 약간의 찬조금. 총동문회의 보조는 겨우 50만원이다. 골프회나 산악회엔 아마 기백이상 보낼듯한데.

전에는 동문들의 후원을 받아 푸짐하게 싸서 드리던 참가기념품도 전혀 없다.

와인 한 병씩을 드렸지만 그것조차 셈을 치룬 것이다.

응원을 온 동문들과 축제의장이 되어야하지만 회비도 안내며 일이십 명 씩 오는 데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해야 되는데 싶다. 기수별 사전 통보와 협조 찬조 등으로 해결될 텐데. 회장과 의결기구 개선안의 반영 등 해결책은 뻔 하지만 부지하세월이고 누구든 책임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

의례 대낮부터 점심시간에 맞춰와 동기들과 술이나 마시고 혹은 등산 등을 갖다오며 저녁에나 와선 기념품을 챙겨가며 종일 서서 고생한 진행자들이 결산 등을 맞추기 위해 늦은 시간 마무리 후 식당에 가면 그때까지 먹고 마시며 기다리다 계산은 미룬 채 일어서는 노익장들도 많다.

오로에 동호회를 만들 때의 처음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싶다. 각자 만원만 염출해도 경비충당을 하고 좋은 일이 있거나 넉넉한 동문이 뒤풀이로 한잔사거나 당시론 40대 초반이 주도하여 휠체어 기증 등 봉사활동도 하며 활기찬 모임이었는데 이제는 경로당 잔치가 된 것 같다.

바둑 두는 이들은 바둑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행사의 기획이나 진행 예산의 조달 등에 운영진들조차 서로 다들 무관심하고 바빠서일까? 위에서는 밑에서 알아서 하려니 하고 3년 후배 회계담당은 가진 돈 중에서 치루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무관심하다. 5년 후배 진행담당은 고생은 많지만 대기업출신이어인지 잔돈 아끼는 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개인전 시상자의 상금이 적은 것은 부끄러운데, 경비를 좀 더 아껴 채우거나 성의를 더 해 돈이 아닌 기념패 등을 준비했어도 나을 것 같은데 초라한 준비는 참가한 동문들이 실망할 것 같은데 그것엔 토의조차 없었다.

다들 수고했고 다음엔 더 잘해보자는 의례적 인사말의 덕담에 다음에도 달라질 것은 없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이나 이 자리에서 예기해 보아야 필요 없지 싶다.

이번 대회에 B조 대회를 추가하여 좋았다며 칭찬이 많았다는 내게 13년 선배기수 예기를 하는 진행담당은 그러나 온라인상 진행이 너무 힘들고 오프대회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이야기. 시대의 조류이고 추세인데 역행을 운운하니 내가 경로당에 발을 들인 것 같다.

“ 50회(52세)이후나 돼야 온라인을 할 거야“ 라 말씀하시는 회장의 말씀에 54회 이후엔 참가하는 동문이 거의 없는 현실이고 바둑을 둘 줄 아는 좋아하는 후배들이 거의 없으니 2001년 오로에 오픈하며 그리 많은 긍정적 변화와 보람을 얻던 동호회의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나 자신의 역량의 부족과 이미 흉보며 닮는다더니 뒷전에만 물러서는 老翁의 체질이 내 속에 밸까 걱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