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108, 긁어 부스럼

 오전 11:30에 사무실에 모이라는 얘기에 서, 이 두 명 조장과 나 그리고 소장 넷이 앉는다.
업무분장에 대해 얘기 하겠다며 김반장이 버거워 하는 것 같으니 나는 약제부와 진단검사의학부, 별관을 맡고 이 조장은 병동을 서 조장은 검사층을 맡으란다. 총괄은 반장이 하는 것이지만 근태와 주말근무 인사고충 등을 처리 하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12번은 더 마음이 바뀔터이니 아무소리 안하고 듣기만 한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라면 미리 사전에 상의라도 있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일텐데 사람을 우습게 보니 저렇겠지 싶으며 그 솜씨에 어련할까 싶다.

 박 반장의 제대를 한 달 먼저 앞당겨 퇴진 시키고 내게 모든것을 위임할 테니 분위기를 잡아달라며 매사를 처리 후 사후보고만 해도 좋다고 한 것이 불과 두 달도 안 되는데 귀가 엷어 박 반장 수하였던 직원들의 조직적 항거에 두려운가 보다. 지난 달과 이달사이 거의 10여명 퇴사를 했으니 이제 불과 서너 명 더 그만두면 정리가 될텐데 스스로 진용을 해치며 후퇴하는 격이다.

 길게 보며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 저 솜씨에 불과 며칠 후면 또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걱정이 많아지고 새로 시킨 일이 제대로 안 되면 다시 찾겠지 싶어 일언반구 없이 기다리기로 한다.

 긁어 부스럼이라고 멀쩡하게 가만있는 직원을 애로를 청취한다며 불러 물으니 나이트 근무가 고되 주간 근무로 바꿔달라고 했다며 약제부 주간으로 바꿀수 있냐고 묻는다. 기존 약제부 직원 중에 누구를 그럼 뺄수 있겠냐고 되 물으며 어렵다고 말한다. 23세 청년 그들은 어차피 내년 1월 복학할 입장이고 올 해 12월에 그만 두기로 했으니 그대로 가거나 그들을 빼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진단검사 로 전보 하겠다 하자 그들이 싫다고 했다며 이송으로 전보조치한다.

 내가 부탁받아 추천한 직원에게 물었단다. 애로가 없느냐고. 그는 여러가지 애로가 많다고 했단다.
서운한 점이 있거나 애로 오해가 있으면 내게 먼저 얘기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일텐데 소장이 물으니 솔직히 답한 것일까? 내겐 상의도 없이 그를 수술장 회복실로 발령을 내고 소장은 내게 알려준다. 그에게 전하니 소장을 면담하고 그만 두겠단다. 며칠만 참으라고 우선 말린다.
집이 먹고 살 만하고 직장이 있어야 선을 보는데 유리할 것 같아 입사를 청했다는 그는 장가만 가면 즉시 그만두고 지방에 내려가 부동산 세 나 받으며 살 것이라며 매 주 선을 보러 다닌다.

가만 있는 사람에게 긁어 부스럼이지 나를 옥죄는 것일까?
사회생활이 소꿉장난은 아닐텐데,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
단 한 수를 잘못두어도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의 형국이 되는 것이 반상의 현실인데.
내가 처신을 잘못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물론 그렇겠지.
옳은 일 바른 길이라고 무조건 가야한다며 이끄는 것도 누구에게나 환영 받는 것은 아닌것은 물론 알고있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언행을 하며 진실과 진심은 왜곡돼지 않는 다는 신념을 가지고 아무도 이해를 못해도 옳은 길로 가야되는 것 이겠지.

 어제 소장에게 얘기했다.
여기 이사람을 지나는 행인 10명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급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수술 여부는 의사 한 명이 판단 하는 것이고 정작 그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인 10명이 아니고 의사 한 명 이라고!

 아니꼬웠을까? 15년 연상의 충고가.
내가 이제 더 잃을 것이 무엇일까?
소신대로 행하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본사 과장인 소장으로 진급이 될 것도 아니고 본사에서 내 월급을 더 적정하게 올려 줄 계재도 아닌터에 현장 반장의 책무를 다 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 이겠지.

나의 마지막 직장이 될 이곳에서 내 인생의 최후의 손길이 화려한 승부수는 못 되어도 우직한, 남들이 수하들이 나중에 고개를 끄떡이며 이해하게 될 신중한 정직한 한 수 한 수를 두면 되는 것 이겠지.

그렇지만 내 마음이 이리도 편치 못한 것은 그저 범부여서일까?
맥주 한 캔에 타이핑에 씼어 내릴 수 있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