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여러 일들을 겪으며 행복과 슬픔은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이 곧 슬픔이고 슬픔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시간의 할애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짐작으로 가늠하던 자신의 능력을 직접 확인하면서 슬픔도 행복도 겸손으로

맞이하고 대하여야 하며 심신일체로 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찍이 포기하는 법을 몸으로 다져왔기에 슬픔에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슬픔에서 행복으로 가는 길은 미처 깨달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황망히 할머니를

보내고 연이은 아버님의 병간으로 일상의 리듬이 무너진 상태에서 지난 30여년의

간병 생활에 낙심도 했고 보람과 나름의 성취욕으로 행복도 느꼈다

효자는 분명 아니지만 싸가지 없는 세상덕분에 인사는 많이 듣는다.

술 한 잔에 회한과 서러움을 타서 마시고 인생에 시비를 걸고 취할 때 까지

마시는 날들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횟수는 많이 줄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자 우리는 이제 가시는가. 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가셨다

이제야 생각하니 할머님께서 내가 힘들까봐 자리를 비워 주셨다고 고맙게

여기려 하나 사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그런 배려를 받을 자격이 없음에 분하다

이번에 쓰러진 게 2차로 30여 년 전에 쓰러져 전신마비로 2년간 간병을 하고

왼쪽은 돌아와 30년을 지내시다 이번에 다시 쓰러졌고. 또 전신을 못 쓰고 있다

나의 유년과 학생시절을 방관하고 천륜을 끊자고 해서 흔쾌히 합의(?)를 보고나서

헤어진 지 3년 만에 쓰러졌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찾았고.

하지만 어쩌랴 이모두가 전생에 내가 지은 업인 것을.

50여년의 원망과 자학의 시간을 녹여주고 화해시키고 용서하고 가신 할머니를

고맙게 생각하며 나에게 그리 살라고 권하신 대로 할뿐이다. 용서 하면서...

그래서 이번일로 실로 40여년 만에 어머님과 합방(?)을 시켜 드렸다

그동안 다른 여자와 살았고 쓰러지자 돈을 챙겨 빚까지 남기고 달아나 버렸으니

우리에겐 원수요 애물덩어리를 대소변 받아가며 간병을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할머니 49제 중이라 일하면서 할머니 챙기는데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밥과 국을 끓여 공양올리고 일을 나가서 첫 만원을 번 돈을 들고

할머님 모신 절에 가서 저승길 노자 돈으로 공양하고 그리고 다시 일을 한다.

덕분에 할머니 드시고 난 밥으로 식사를 하니 조석으로 늘 식은 밥이다. ^^;

어머님은 이틀 동안 아버지를 지키고 내가 쉬는 날 나와 교대하여 하루를 쉬고

다시 이틀 동안 숙식을 하며 간병 하는 것이 모자의 일주일이다.

그런데 이 영감탱이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리어 어머니에게 고함을 지른다.

내가 기가차서

“아버지 보소 아버지가 지금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아시오? 했더니

“.......................... 내가 뭐...

“ 우리가 아버지 대신 여태까지 할머니 모시고 용서를 빌었고 아버지 간병 하면서

할머니를 황망히 보내 드리고 그리고 쉬지도 못하고 49제중에 이러고 있는데.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내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소리 내어 우신다.

나도 어머님도 할머니 이야기에 또다시 서러움이 복받쳐 목이 메여 버린다.

“ 누구 때문에 어찌 살다 가셨는데 지금에도 그딴.......

셋이서 그렇게 한참을 할머니를 생각하며 울었다. 왜 그리 서러운지.

여튼 할머니는 그렇게 당신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한자리로 모았다. 40년만에.

30여년의 세월에 잃은 것도 지나갔고 힘든 것도 지나갔다.

다시 하라면 단호히 고개를 저을 것이라 했건만 다시 시작하고 있다.

사는 게 수행이요 그것이 나의 인생이다.

내가 없는 팔순의 신혼 방에는 둘이서 시끄럽다

아버지는 여전히 서방(?) 행세를 하고 오랜 간병으로 내공이 쌓인 어머니는 노련하다

어머님과 나는 간병 콤비요 룸메이트다 눈만 봐도 아는 수준이 넘어 저절로 간다.

물론 스케줄과 경비조달 관공서며 병원일은 내가 맡아서 하지만 안에서는 척척 이며

막내가 경비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 힘이 되고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뭉치고 있고

서로의 자리를 확인하고 고마워하고 시간을 쪼개다 못해 얇게 다져서 쓰고 있다.

정이야 있건 없건 얼마나 더 사실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제는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 실감나고 너무 힘들 땐 달아나고 싶기도 하다

방금 어머님과 교대를 하면서 문득 죽시사님이 생각이나 가슴 아프다. 지난 11월에

아버님을 보내시고 이번 설날에 또 어머님을 보내신 그 슬픔을 가늠하고 이해하면서

부디 함께 마음 추스르자고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굽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