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35, 고통과 소통

한 판의 바둑을 두어나가는 과정은 고통일 때가 많다.

이기던 지던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나 자신의 최선을 다해보면 지더라도 여한이 없겠지 속으로 다짐해가며 한 수 한 수의 변화에 수많은 다음상황을 가상해보며 머릿속은 무아지경이다.

선에 덤 세알인 꼼지락은 건방을 떠는 것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콧노래를 의도적으로 부르며 돌을 내려놓는 손짓도 건방지게 한다. 되지도 않는 수를 힘으로 밀어붙이고 큰 모양을 짜며 들어오면 다 죽는다는 무언의 시위에 건방의 광기에 괘씸스러우면서도, 무시하며 난전을 벌이다 번뜩이는 재치에 걸려 지거나 몸조심한다고 조금씩 물러서다 집이 모자라기고 한다.

되지도 않는 수를 상대가 두어 올 때는 기리에 어긋나면 자신의 손해일 테니 반가워야 정상일 텐데 실상 상대의 과수를 정확히 응징하거나, 상대가 자신의 대마나 약한 곳은 방치한 채 실리만 챙길 때, 무리수는 부러뜨리고 약한 대마는 잡아버려야 하지만 그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 일기숙제가 고통이겠듯이 글쓰기는 고통 일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의 보편화로 이메일과 블로그 미니홈피 등에서 모두 글을 쓰는 세상이 되었다. 대학 입시논술과 더불어 사회적 글쓰기 바람이 불면서 글쓰기 능력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하나이다. 어느 저자의 말마따나 “글쓰기는 힘든 과정이지만 동시에 글을 통해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유희의 과정” 이라듯이 소통의 즐거움을 글쓰기에서 얻는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완성과 소통의 즐거움을 얻는 것은 글쓰기나 바둑이나 같은 것일까?

꼼지락 과의 첫판은 반면 7집을 져 덤 세알과 합해 열 집을 졌다.

중앙 세를 너무 의식해 두텁게만 두어 나간 것이 실리에서 조금 뒤진 것이다.

10명이 참가한 편 바둑 첫판을 지고 두 번째 판은 꼼지락이 황 사범을 96집이나 이겨 또 우리 편이 졌다.

세 번째 판은 우리 편 네 명이 모두 합쳐 50집을 지고 나만 남았다. 꼼지락과 두 번째 조우이다. 나보다 약한 것은 틀림없는데 건방을 떠니 이번엔 세게 나가며 한 번 흔들어야지 싶어 대형전투로 60여 호의 대마를 잡았다. 약은 그는 편이 50집을 이겼다니까 대마를 포기하곤 집으로 버틴다.

혹시나 반전이 될까 싶어 우리 편 넷은 모두 둘러싸 관전을 하며 마음속 응원이다. 끝내기 에서도 패를 불사하며 10여 집 득을 보며 마치니 49집을 이겼다.

전체 한 집 차이로 우리 편이 또 진 것이다.

마지막 중앙의 먼저 단수 쳐 끝내기를 해야 할 곳을 지나친 것이 세 집 손해였다. 대승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최선의 한 판에서 한 번의 소홀함이 승부를 가른 것이다. 고통이군.

글쓰기는 쉽지 않다. 하루 16시간 정도를 반으로 나눠 8시간은 독서, 나머지 8시간은 글쓰기로 계획과 실행을 할 수 있다면 작가의 반열에 들 것 같다. 외국어도 10여개 정도는 독해라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 공상만 해 보아도 끔찍한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낼 용기와 불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 전업 작가로서 생계를 해결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역사에 남는 불후의 저서의 주인공을 꿈꾸지 않는다면 글쓰기는 소통의 즐거움으로 족한 것이 아닌가? 고통과 소통은 동전의 양면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