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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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병원일기 126, 전차남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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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일기 126, 전차남 05:28 새벽 3:40 경 눈이 떠진다. 4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듣지 않고도 미리 일어나니 좋은 일인지 문제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새벽 3시에 일어나던 기억은 젊었을 적 아니 어릴때 일까? 군 제대후 복학때 방학이면 지리산 대원사에 책을 싸들고 가 기거했었지. 스님들은 세시에 일어나는 것을 그때 알았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니 꿈의 해석학 이니 나름 다양하게 읽어 두었지만 평생 생활에 도움이 된 적은 없다. 기상 후엔 씨디 를 켠다. 오래전 부터 같은 씨디를 갈지도 않고 듣고 또 듣는다. 6장 짜리이니 가끔 갈아주는 것이 좋을텐데 이상하게 손이 안간다. 반년 전 쯤 잠깐 같이 기거하던 이가 제멋대로 한 번 갈은것이 그대로 두고 듣고있다. 딜라일라가 두 번째 곡이고 20분 쯤 지나면 대한항공의 씨엠송인 달콤한 곡조의 웰컴투 마이 월드 가 나온다. 마지막 곡은 무슨 카튼필드 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참 멋없고 무미건조하긴 하다. 이런 나를 구제해 준 그녀에게 목숨걸고 봉사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대학때는 외국귀빈들을 위한 공연에 항시 바빳다는 그녀는 전공처럼 끼가 있는 예술전공자이니 더욱 내가 신기할 것 같은데. 05:28 은 첫 차여서 문을 열어놓은 채 기다린다. 조금 일찍 역에 도착해도 미리 앉아서 기다릴 수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전에는 건너편 선로에서 05:37을 기다리다 보면 05:33쯤 떠났던 기억이다. 시내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저 차를 어떤사람이 타나 궁금해서 쳐다보니 S의료원에 근무하는 이가 세 정거장을 올라가 다시 시내방향으로 갈아타려 항상 그 시간에 왔다. 버스 값을 아끼려고 저러나보다 싶었지. 그는 자칭 군 영관출신이었는데 병원에선 항시 의사가운에 대머리여서 지나는 전공의들은 교수님인줄 알고 꾸벅거리기 일수였다. 세 정거장을 올라가 갈아타면 22분을 간다. 아이패드를 꺼내 게시판을 본다. 큰 맘먹고 샀지만 그저 메일이나 확인하고 심심풀이로 노트에 적어놓은 스케줄을 다시 쳐보고 사파리 란 멋진 엔터는 오로가 유일하다. 각 병동에서 입력되는 요청은 병원 그룹웨어 화면에서 끊임없이 화면이 바뀌며 번쩍인다.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 보노라면 몇 줄 읽기도 전에 화면이 바뀐다. 젊은 담당은 세 대의 전화기를 부지런히 들었다 놓았다 하며 모니터 화면을 보며 진행상황을 처리한다. 나도 가끔 도와주려면 배워 놓아야 하는데 읽기도 어려우니 속으로 걱정이다. 병동을 라운딩하며 우리회사 소속직원들이 잘 하고있는지 돌아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은 카트를 밀며 수술실 복장을 갖춘 여인이 돌아보며 묻는다 "혹시 삼성에서?" "아 녜 맞아요. 낯이 익어서.." 여기 보조원으로 계시는 거에요? 아뇨 나이들었다고 보조원으로 안 써줘서 지금은 감염관리 담당으로 일해요. 그럼 소속이? 저는 전국구에요. 여기저기 병원 안을 다 돌아다녀요. 아 그러세요 저도 이번달에 새로 00센터 책임자로 왔어요. 녜 축하드립니다. 하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선다. 도급업체는 어차피 시급으로 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 정도이니 보조원이든 미화원이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그녀의 안색은 밝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비정규직을 도와준다며 일정기간 후에 정직으로 채용하라 하나 그전에 내 보내는 대기업에 힘없이 물러나 전문성을 썩히는 것이지. 이 나이가 되도 세상일은 알 수가 없다. 영관장교로 예편했어도 수술장 청소일에 장기근속하는 분도 계시니 무슨일이든 열심히 할 수 있는 갈 수 있는 장소가 있는것에 다행이라 만족해야 하는 것이겠지. 나도 몇년 후면 예편인데 결국 저런길로 가게되는 것일까? 센터장 님 수고하십시요. 직원들은 공손하게 머리 숙인 후 돌아서간다. 저 젊은이들이 내 자리를 맡아도 나보다 더 잘할지 모르는데.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람을 찾으며 일 할 수 있게 돕는 것일까? 내가 잘 할 수 있는것은 일찍 일어나는 것 뿐이지. 05:28을 내 인생의 마지막 마지노 선으로 지켜야 겠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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