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10, 조디(조둥이)

 기원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5:51 오후 장모가 수술로 입원해 목사님과 심방을 왔는데 내가 있으면 보고 가려 했단다.
방송국의 드라마 장소 섭외 일을 한다는 그는 멋진 남자였던것이 내 기억이다.
교회에 몇 달씩 안나올때는 제주도 등에서 어울리는 장면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그의 일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멋진 직업이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성가대에서 찬양을 하는 그의 처는 개구장이 두 아들을 돌보는게 버거워 보였었다. 4층의 어린이 예배당에서 벗어나 찬양을 하는 광대 옆 성가대 자리로 엄마를 찾는 철부지 아들이 귀여우면서도 남의 눈치가 보였겠지. 오늘은 추수감사절 예배여서 어느 교회나 더 의미심장한 하루였을텐데.
처가 다니는 교회에선 신도들에게 한 가지씩 과일을 가져오라고 했단다.
차마고도에 교회를 건립한다며 헌금을 주도한 목사의 권유에 가락동 K시장에서 막일을 하는 누구는 650만원을 헌금을 했단다. 교회 한 곳 건립하는데 천 만원 정도 예측 하나보다.

 아버지의 엉치뼈가 아프다며 같은 교회 신도인 집사가 마사지를 하는 곳으로 모셔간 처는 박집사님은 돈을 많이 버니 많이 하시고 천국 갈 때 나도 데려가세요 했단다. 그도 거금을 쾌척했다지.
제3국의 교회는 천명씩 나오고 교육을 하는 학교의 역할도 한다는 처의 예기에 그렇겠지 싶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전에 내가 오로에 썻던 글들을 모처럼 읽어본다.
오로광장에서 작성자를 클릭하고 내 대화명 소라네 를 클릭하니 수많은 글제가 나온다.
뒷부분으로 넘어간다.
셀 수 없는 수많은 바둑 글들을 써 왔는데 왜 썼는지 조차 이젠 모르겠다.
2006년 기객유랑 시리즈의 마지막 20편 째 제목인 끈끈이2 를 읽는다. 눈물이 흐른다.
"경의를 표합니다" 라는 표현이 두 분의 댓글이 있다.

 조디(조둥이)라는 표현이 처의 자주쓰는 표현이다.
말과 글은 잘한 다는 뜻일까? 말만 하고 행동이 안 따른다는 뜻일까?
솥떼고 3년이라고 아침에 예기하길래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솥을 뗏으면 바로 갈아야 하는데 미루며 3년 이라는 뜻이란다. 맞는 말이긴 하지. 항상 신중하게 생각한다며 실행을 미뤄 오랜 세월이 지나가곤 했었다.

 오늘은 기쁜일이 세가지 였었다.
오늘의 글제를 세가지 기쁜일로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세가지 기쁜일이 무었이었었는지 이젠 기억을 못 하겠다.
내일부터 내주 초에 결정과 집행을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고 아직 방향도 잡지를 못 했는데 뭐가 기쁜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었던 것일까? 한 두가지도 아니고 세 가지 씩이나. 아니 사실 선달아우가 전화를 해 온 것 까지 네 가지였었는데 정작 앞의 세 가지가 생각이 안난다.

 오후 5시 경 기원에 내려가 오늘도 바둑을 둔다.
한 집을 졌는데 같은 편 다른이는 비겼고 다른 한 이가 네 집을 이겨 편 덕에 돈을 딴다.
두번 째 판엔 8집을 졌더니 같은 편도 져 던지고 만다. 한 번 잃고 한 번 땄으니 본전에 기료만 5천원을 내면 되니 다행인 것이지. 조용히 바둑을 두며 향후 일을 생각해 본다던 것이 생각을 해 본 것인가?

 세가지 기뻤던 일은
처가 함께 있는 일이고
처와 함께 있었던 일이고
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일까?
네 번째 기뻣던 일은 틀림없이 선달아우가 전화를 해 주었던 것인데.

 2006년 내가 썻던 글에 이제 눈물이 흐르듯이
벌써 4, 5년 전 아닌가? 이제 불과 4, 5년 후 환갑을 맞이하며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
 모르겠다.
다만 내가 평소 바둑에서 걷고 싶었던 흉내내고 싶었던 최철한류를 포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승부에서 지거나 쓰러지거나 그것은 그 때 일 아닐까? 그 순간 까지 최선을 다하면 족한 것이겠지.

 아시안 게임에 바둑이 포함 되었다는 것도 사실 별 수긍이 가진 않았지만 중국 심판이 판정으로 마무리 했다는 뉴스에 떠들석하다.
관련기보를 클릭해도 나오질 않는다. 두 집 정도 불리했지만 시간공격을 했다는 기사와 20집 정도 불리했다는 댓글에 옳고 그름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지만 안된다.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일까?
신념과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어쨋던 바둑에서 위안과 영감을 얻으며 최선의 수를 찾는 감각이 몸에 밴 것이 내 인생의 긍정적 힘 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