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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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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잘 오지 않는 남쪽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어릴쩍부터 그랬습니다. 함박눈이 오는 날은 어린마음에 명절과도 같았습니다. 정말 내린 눈으로 눈사람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는게 희망이었고, 내린눈이 최소한 며칠이라도 남아있었으면 하는게 꿈이었습니다. 남부지방 어린이가 더 바라는게 있겠습니까? 그 소원은 어른이 되어서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해가 늦게 뜨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다보면 날이 밝아와야하는데 베란다 창이 겨울이라 습기가 생겨 잘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눈이 오는 것을 출근준비가 다 끝이 나고서야 알게되었습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먼산에도 지붕위에도 길에도 눈이 제법 쌓여있고 또 펄펄 내리고 있었습니다. 넘어지지 않을려고 발에 힘을 주고 종종걸음으로 아파트단지에서 대로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자 안심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버스는 오르막에서 올라가면서 비틀비틀, 정지하면서 비틀비틀 두번이나 인도쪽에 부딪힐뻔 했습니다. 그날따라 자리가 없어 오른쪽 제일 앞쪽에 앉았는데 말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탈때 시간이 이미 출근해야할 시간입니다. 그래도 너무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급한대로 휴대폰을 꺼내서 길바닥도 찍고 풍경도 찍습니다. 여전히 새벽같이 어둑컴컴합니다. 열심히 지하철을 타고 와서 지상으로 막 나오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흡사 휴양지의 해변가 같은 햇살이 비칩니다. 조금전까지는 북유럽의 어느 국가처럼 몇날 며칠 눈이 올 것만 같더니 말입니다. 정말 짧은 꿈과 같은 눈오는 날 출근 길이었습니다. 한판의 바둑이 끝난 뒤 바둑알을 싹 쓸어 통에 넣어버린 빈 바둑판처럼 이미 길에는 눈이 다 녹아버렸고 흔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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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달선공팔
돌부처쎈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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