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특히 선수들의 3쿠션 게임의 멋진 플레이와 공의 오묘한 변화등을 발견한 뒤로

노년의 취미 생활로 당구로 정했죠. 4구 게임은 안 하고 오직 3쿠션 게임만 합니다.

내가 단골로 자주 가는 당구장이 있습니다. 한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집 바로 근처에 있고 당구대나 큐대 관리도 잘 하고 있지만.. 그래도 <동네 당구장> 수준이죠.

전에 쓴 <당구 이야기>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 당구장 수준은 굉장히 짠 편입니다.

그 곳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역시나 인생 공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초기에는 나하고 게임하자는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 주었죠.

젊은 청년부터 내 또래 사람들까지 가리지 않고 당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보고 짜다고 말하면서도 보는 사람마다 게임을 청합니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내가 제일 만만한 실력이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승률을 어떤가 생각해 보니 50%는 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제일 꼼짝 못하는 상대는 일명 <구찌 겐세이>를 잘 하는 사람입니다.

상대방의 구찌 겐세이가 들어 오면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런 상대방보고 구찌 넣지 말라는 얘기를 하기가 힘듭니다.

구찌 겐세이도 워낙 발전되고 교묘해져.. 구찌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게 은근슬쩍 

하는지라..참다 못해 얘기를 하게 될 경우에 구찌를 안 했다고 우기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니.. 아예 그런 사람들하고는 게임하는 것 자체가 싫어지더군요.

그 뒤로는 그런 사람들하고는 게임을 피하고 있습니다. 

또 주변이 시끄러우면 역시 집중력이 떨어져 꼼짝을 못 합니다. 

반대로 매너가 좋은 사람들하고 게임을 하거나 주위가 시끄럽지 않으면 집중력이 유지되어

그런지 승률이 높습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시작한 당구라 자세도 엉망이고 스트로크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던거죠.

자신의 모습이 그렇다는걸 깨닫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죠.

몇개월 전에 인터넷에서 알게 된 서울의 어느 당구장 사장이 (당구 실력이 높은 젊은 고수)

나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자신의 문제점을 모르는 채로 당구를 치고

있었을겁니다. 그 젊은 고수가 나의 문제점을 말해 주는데.. 머리 속이 번쩍거리더군요.

아..내가 실력이 안 느는 이유가 바로 자세와 스트로크에 있었다는 것.. 즉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 그런데 동네 단골 당구장에서는 나보고 잘 친다.. 짜다라고만 말해줄 뿐

나의 단점에 대한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죠.  

그 뒤로 인터넷에서 자세와 스트로크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이론을 암기하고 당구장에서 자세와 스트로크를 바꾸는 연습을 시작했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과 게임에 들어가면 다시 몸에 익숙해진 옛날 잘못된 습관으로 돌아가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역시 몸에 밴 습관을 버린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나쁜 습관이 바뀌기전까지는 가급적 실전을 삼가하려고 하지만.. 연습만 하면 당구장

사장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죠.

대신에 이제는 상대를 골라서 합니다. 전에는 거절을 못 했지만 지금은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조건 지는 실력이라서 또는 당신이 너무 겁나요> 라는 말로 거절합니다.

그랬더니 일부 사람들이 뒤에서 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나쁘게 얘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신경은 좀 쓰였지만.. 그런 정도의 인격 밖에 안되는 사람들인걸 알고는 그냥 내버려 둡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당구장 사장 후배가 놀러 와서는 나하고 친해졌습니다.

그 젊은 친구 이야기는 <어느 토요일날>이라는 글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일산에 살기 때문에 이곳에는 자주 오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 젊은 친구는 일단 인간성도 좋고 당구 실력도 고수급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죠.

그런 친구가 나를 <형님>하면서 깍듯이 대해 주고.. 식사하셨냐 꼬박꼬박 묻고 안했으면

같이 식사하자고 하고.. 내가 한번 내면 다음에는 꼭 그 친구가 계산합니다.

당구장에서 죽빵 게임이라도 벌어지면 늦게까지 구경하다 당구장 문 닫고 해장하러 갈 때면..

<형님 같이 가시죠> 하면서 꼭 나를 챙기니.. 도리어 다른 사람보기가 민망할 때도 많았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를 엄청 좋으신 분이라고 광고도 해주는 모양이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가 내게 <형님 괜히 이런저런 눈치 보지 마시고.. 연습하시고 싶으면 그냥

하세요..형님은 그럴 자격 충분히 가지고 계신데요..>이런 말도 해 주니 고맙고 힘도 나더군요.

그러는 그 친구를 보면 내가 해 줄게 뭐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구체적인 것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조그만 선물을 2번 주었죠.

그랬더니 이 친구는 뒤에 자신의 성의를 내게 꼭 보여 주더군요. 둘이서 주고 받는 꼴이 되었죠.

그 친구의 배려 덕분인지는 몰라도 당구장에 가면 전보다는 좀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일산에서 언제 다시 이곳으로 놀러올 지 기다려지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