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이란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음은 욕심이 과한 탓이라 하고

뜻하지 않은 일로 기쁨을 누림에 복이라 하더라만.

그 모두가 상대적인 비교평가에서 그 경중을 따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실제 체감하는 행복은 오해를 받거나 무심히 스쳐가는 경우가 많다

절대평가적인 행복은 내 싸리 울타리 안에 있었건만 디디고 올라서

이제나 저제나 목이 빠지게 동구 밖을 내다보았다.

사랑과 행복은 쟁취하는 게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고

우선으로 자신을 이겨야하고 그리고 상대를 인정해야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인내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 새삼 느낀다.

하지만 여태 내가 그랬듯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다음으로 미루어지고 필요시 잠시 머물러 족적이나 남기려 한다.

내가 떠날 때. 누가 물어오면.

나는 이러 했었노라 명분을 만들기 위해 억지효자 대본을 받아들고

무대에 올라가 대본에 충실하려다 나도 모르게 심취하고 동화되어

30여년의 연극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있다.

바란 것은 없었지만 염원은 많았고 그것은 그저 복권을 사두는 그런 마음이었다.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 된들 뭔 대술까.

하지만 이제 그 마지막 장을 펼쳐 들었고 관중들의 반응도 보인다.

어설픈 나의 연기가 관중들의 공감대를 불렀고 반신반의하던 감독도

뭔가 얼굴에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내비친다.

음.

나조차 믿지 않았건만 나름 열심히 했었던 것 같고 보람 같은 것도 있다

이제 남은시간 마무리만 잘하면 약간의 보상도 있을 것이고

나에게 주어진 한편의 인생드라마는 무사히 끝낼 수 있을 듯하다.

할머님을 정성으로 아버지를 용서와 화해로 어머님을 감사의 마음으로

모두 보내드리고 나면 법당에 엎드려 108배로 남은 여력을 완전연소하고

그렇게 80에 갔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염원이다

요즘은 두 분의 금실이 지난날을 무색케 하고 조금 유치한 듯도 하다

어린자식들 소꿉놀이를 보듯.

나도 모르게 몇 안 되는 관중으로 객석 한자리를 메워준 우렁각시가 고맙다

간혹 오늘처럼 티격태격 하겠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끝나지는 않는다.

자고나면 옆에 있고 어제는 어제로 지나가고 오늘은 늘 새롭다

이제는 삶에 대한 불신도 사그라지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가난은 검불처럼 붙어 다녀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으며 언제고 털어버릴 수 있다

인생아.

너 참 웃기는 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