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비결이라는 테레비 프로를 하는데 샘표간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진행 중에 보니까 어려서 익숙하게 듣던 그 유명한,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간장,이라는 광고노래가 들린다..

그런데 보니까 그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 이미 61년 경부터이고, 간장공장은 이미 46년 경부터 시작된 모양이다..

회장이 프로그램에 등장하시는데, 연세가 89세, 회사가 시작될 무렵에 25세의 나이였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자본금으로 아버지에게 전하고 자신은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76년부터 사장으로 일한 모양이다..

시작했을 때엔 아직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인데도, 그때에도 저런 사업의 태동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앙드레 김이 유학파 출신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와 비슷한 찬탄의 느낌이 생겨난다..

돈병철이라는 이름만 들리던 시절에 샘표간장도 목하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친숙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유식학에선 일수사견이라고, 하나의 물을 보아도 존재의 양태에 따라서 네 가지로 달리 보인다는 말이 유명하기도 하다..

물고기에겐 물이 하늘과 같고, 하늘사람들에겐 물이 땅과 같으며 운운..

실은 샘표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조주스님이었는데

나도 이전에는 드라마적인 환상이 있어서인지 조주에겐 별로 주목되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조용하고 섬세한 touch가 매우 흥미롭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18세에 이미 평상심이 도라는 말을 듣고 가견을 이루었는데, 남전스승의 3년상을 치르기까지의 42년, 그리고

처음 남전화상을 만났을 때의 14세에서 기산하면 무려 46년 간을 조용하게 살아간 그 젊은 침착성이 놀라왔었다.. 남자들은 모름지기 나서길 좋아하고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을 이해하는 나로선

어느 날 세어본 조주의 46년에 달하는 연수기간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도 되었었다..

46년을 지금부터 역산하면 대체로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던 무렵에 도달하는데, 그 시절부터 지금 이날까지

아무런 소리소문없이 마음을 밝히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보이지 않는 역사의 측면에 조심스런 마음이 새삼스럽기도 하였던 것이다..

85년에 있었다는 간장파동은 나도 좀 기억이 나려고 하는데, 당시에도 저 사장이 직접 나서서

공정과정을 직접 테레비에서 설명하는 진정성으로 승부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좀 선각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89세의 노인이 자신이 25세 무렵에 직접 투자해서 시작된 사업체의 역사를 화면에서 직접 맑은 정신으로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간장 사업에 무슨 bubble이 낄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을 잘 이끌어온 인내력과 선한 성품, 그리고 지혜가 짐작가는 것도 같다..

조주스님은 46년 간의 연수기간이 끝나고도 여전히 중원의 처처를 행각하면서 천하의 공부인과 교유할 뿐이었다고 하는데,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침착하고 견처가 안정될 수 있을지 정말 생각할 수록 신기한 사람, 아니 신기로운 분이다..

임제록을 보면 임제의 처소에도 조주가 들러서 거래가 오가는데

조주가 조사서래의를 묻자 발을 씻고 있는 중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드넓은 대륙을 20년 간에 걸어댕기다가 하도 사방에서 붙들자 나이 80에 처음 조주에서 자리잡고 그 후 40년 간 차나한잔 하시오.. 라는 저 유명한 구절과 뜰앞의 잣나무 등의 유명구절을 남기었으니

그의 연수기간은 자그마치 66년에 달하는데, 그는 이미 18세에 안목을 갖춘 셈이니 그 기간만 62년이 된다..

샘표간장의 64년과 조주의 62년이 오버랩되면서, 한두집을 몰래 얻어내던 어린 이 창호의 섬세한 안목을 알아보았던 명인 서봉수도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간장공장공장장은장공장장이고성냥공장공장장은성공장장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