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님의 "한국 바둑사"를 보면 조선시대 바둑의 사회적 위치가 잘 나타나 있다

그중에 당대의 머리가 좋은 학자들도 바둑에는 다른 머리가 있음을 알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당시도 바둑이 특수한 분야라는 걸 인식했다는 것이지요.

머리가 좋으면 바둑을 잘 둘 가능성은 높지만, 바둑을 잘 둔다고해서

머리가 좋다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보고 생각난 게 있습니다.

우리의 인식 속에는 프로기사들처럼 바둑이 고수를 보면 전체적으로

인정하는 면이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사람의 바둑실력을 인정한다는

건데 넓게 사람자체를 인정하고 바둑을 잘두면 모든 면에서 존경할만한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지요.

쉽게 말해, 바둑을 잘 두더라도 개차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개차반 같은 사람도 바둑만 잘 두면 프로기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프로기사들이라도 바둑 이외의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질책을 받아야 되는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프로기사라도 생활이 바르지 못하면 욕을 먹고, 한국기원 운영을

잘못하면 운영의 잘못에 대해서는 경영을 더 잘 하는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들어야한다는 것입니다.

프로기사들도 겸허히 그런 부분은 받아들이고, 바둑팬들도 그런면에서는

입을 떼야합니다. 그리고 잘한 점도 기록하고 잘못한 점도 기록을 해서

교훈을 삼아야합니다.

중원고구려비에 보면 "매금(寐錦)"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비석에 새길정도면 그 당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을 겁니다.

그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겠지요. 그런데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단어를

무슨 뜻인지 짐작만 할뿐 아무도 모릅니다.

바둑계에서도 지금은 다 아는 사실들이지만 나중에 가면 아무도 모를 수가 있습니다.

위대한 세계재패의 사실이 없어질 수도 있고 지금 잘못이 나중에 가서 왜곡될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점을 감안, "바둑사"라는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문서화하고 "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슬그머니 지난 잘못을 반성도 없이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