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30, 왕갈비

중국음식 체인점 취룡을 하던 1층 큰 식당자리는 왕갈비 로 바뀌었다.
150석의 자리이니 꽤나 큰 식당인데 원래 한정식을 팔 때도 그 다음 취룡으로 바뀐다음에도 항상 손님은 별로 없는듯했다.

인테리어를 마친 이사장은 개업모습까지 지켜주는 것이 예의인지 인근에 머물며 기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룸사롱을 영동에서 하는 유사장은 최근 가게를 하나 더 오픈하기로 계약을 했는데 인테리어 때문에 고심중이란다. 최근 환율문제로 대리석등 건자재 값들도 모두 올랐단다. 그 좋아하는 바둑도 뒤로 미룬채 룸사롱 유와 인테리어 이 는 저 구석에서 대화에 열심이다.

술집이건 식당이건 노하우와 판단력이 장사를 좌우하나보다. 술집도 시스템이 있는건지 새로 오픈한 술집에 자신의 가게 시스템을 그대로 보내고 원 가게는 손님들이 지루할 수 있으니 새 시스템으로 하실 계획이란다. 잘은 몰라도 맞는 말씀 같기도 하다.
"강사장 취룡 한다고 할때 내가 얼마나 말렸는데."
"그건 절대 안돼. 이 동네는 서민적인 장사를 해야돼."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왕갈비 2인분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한다.
넓은 홀 가득찬 손님에 종업원들은 정신이 없다. 숯불도 부족한지 한 참이 지나서야 가지고 온다. 고기도 준비한 것이 다 떨어져 가는지 매운맛 고기 밖에 없다고 종업원이 미리 안내한다. 손님들이 많은것을 보니 나도 내심 반갑다. 강사장은 카운터에서 정신이 없다 문득 밖을 내다보니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손님들과 담소중이다.

전투에 능하고 방내기도 즐기는 강사장은 농담은 아닌듯 여러차례 내가 바둑두는 것을 처음 봤을때 부터 상당한 실력임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실력을 숨기고 내기바둑을 위하여 치수를 유리하게 하려고 다 보여주지 않는것이라는 치사한 이야기는 아니고 정통파 바둑이어 동네바둑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씀이신것 같았다.
소싯적부터 명동에서 바둑을 두었다는 강사장. 오랜동안 식당을 운영하셨지만 중국집이 잘 될것인지 왕갈비가 잘 될것인지 수읽기는 쉽지않았나보다. 그 대가는 최근에만 취룡에 5억을 손해를 보셨다던데.

이제 만약 왕갈비가 잘 되면 금새 복구도 가능한 것일까? 나야 잘 알수 없지만 그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왕갈비는 다른곳에서 이보다 몇배 큰 왕갈비를 하는 이의 형이 노하우를 대고 사장을 하며 강사장은 회장이란다. 인테리어 이사장이나 영업사장이나 모두 바둑으로 연결된 평소 아는 사람들이다.

패색이 완연한 반상에 마지막 흔들기를 결심했을때 도와줄 우군들이 있다는 것은 큰 다행이겠지.
반전을 도모할 때 기꺼이 참가해 줄 용사들이 얼마나 든든 했을까?
10년 20년씩 알고 지내는 기원의 기객들이 반상을 벗어나 세상에서도 서로 도움이 되는 모습은 내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다.

평소 입이 짧아 손이 많이 가지않는데 왕갈비와 소주를 더 주문하는 내모습이 처는 속으로 조금 놀라겠지.
영업사장은 반가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창밖에선 강회장과 빛나리가 아는체 한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승하군!
조금 전 진바둑을 끝까지 붙들고 장고를 하며 약속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종반에만 한시간 이상 붙들고 늘어지던 땅딸이 정원장 같은 이도 있긴하지만 내가 아는 바둑인들은 즐거운 기분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