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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이가 모자라는지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얼마나 나이를 더 먹으면 괜찮아질까? 며칠 날씨가 흐렸다. 아침인지, 오후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모호함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모호함 속에서 스스로 반듯함을 찾아야하는데 모호함을 바라보던 나는 어느듯 모호함과 동화되어 버렸다.
어느날 운동을 하겠다고 산책이라도 할 요량으로 신발끈을 질끈 묶고는 올라오는 엘리베이트를 기다리는 모습에 웃고 말았다. 운동하겠다는 작심을 한 것이 불과 집 문을 열고 닫는 사이였는데 그 마음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웃음과 함께 계단으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그런 것이 인간 '나'이다.
이제는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음악을 들어도 감흥이 없다. 그만큼 무뎌진 것인가? 아니면 음악과 거리가 생겨버린 것인가? 음악 속의 나는 마치 겨울에 붉게 펴 있는 장미 꽃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어느틈에 바둑과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 바둑과 나의 관계가 모호해지고, 초심을 잃어버리고,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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