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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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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바둑일기 181, 바둑두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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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일기 181, 바둑두는 자리. 길 가운데의 버스 정류장으로 건너 가려는데 3423 번 버스가 서 있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 가지만 버스는 떠난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가 아닌 이런 작은 일에서 오늘의 운세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병원의 일은 항상 비슷하다. 그렇지만 묵묵히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 약제부 수 많은 과장 들 중 한 사람인 19층 특수조제실 과장을 만난다. "자주 뵈면서도 인사는 못 드렸어요." "녜 반갑습니다." 다음 주 부터 인력지원을 하기로 한 결정에 감사를 표하며 일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오후 3시 기다리던 시간에 칼같이 퇴근을 하러 지하 3층 사무실의 탈의실로 들어선다. 젊은 소장에겐 다음 주 부터 약제부 특수조제실에 인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고하며 오늘은 용인 집에 가는 날이어 정시에 퇴근을 한다고 얘기한다. "녜 수고하쎴어요!" 하며 소장은 좋은 목소리 좋은 낯으로 얘기한다. 오후 세 시에 이른 퇴근을 해도 사실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6시경 기원에 가야 손님들도 많은데 굳이 일찍 퇴근을 서두른 이유는 사실 없다. 주유소에 가서 백등유도 사다 놓아야 하지만 오늘은 날이 추우니 다음으로 미룬다. 세탁소에 맡긴 병원 유니폼과 겨울 와이셔츠도 찾아와야 되지만 미룬다. 설겆이도 해야 하지만 미룬다. 기원에 가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은행 차장이라는 박 이 들어선다. 기원에는 방학동 신나통과 땅딸이 정원장, 엄청난 하수인 양고수가 기다리다 편바둑을 시작한다. 오늘도 병원에서 일을 하며 생각했다. 동작 하나의 시간까지 아끼는 내가 기원에서는 장고를 마다 않으며 한 수에 성의를 다 한다. 병원에서 몇 시간 더 있으면 자동으로 수당이 올라가는데 핑계를 대며 일찍 나선다. 기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내게는 병원의 임금을 포기하는 것이지! 사람들은 바둑을 두고있다. 그런데 뭔가 전과 다르다. 하수들은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주로 구석에서 두고 로얄 석은 고수들을 위해서 남겨주고 편 바둑을 두는 일행 들을 위해 개인전은 주로 가장자리에서 두는 법인데 보이지 않는 말하지 않는 기원의 룰인데 하수들과 개인전들을 전부 앞 쪽에서 두고있다. 물론 제 돈 기료 5천원 내고 두는 것이니 누구도 말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이건 아닌데 싶다. 내 돈 내고 내가 바둑두는데 어느놈이 무슨 소리냐 하면 할 얘기는 없겠지만 기원에서 조차 미덕과 룰 이 사라지는 것일까? 제 멋대로 그리 할 양이면 집에서 인터넷 바둑이나 두지 왜 기원의 마지막 모습조차 거스르는 것일까? 병원에서 이른 아침 커피를 한 잔 하며 얘기를 듣는다. "오늘 훈택이랑 병욱이랑 형규랑 모인데요."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한 퇴사자 멤버들과 선동가 그룹들이다. 소탐대실 이라고 바둑십결에 있는 옜 이야기 인데도 현대의 그들은 아직도 모른다. 자칭 부반장이라며 약국에서 일하는 형규는 내색도 없었지만 정보는 들어온다. 이래서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말 한마디 라도. 아니지 이미 본능적으로 그들에게 선을 그어 놓았던 것이지. 바둑 한 판을 즐길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값진 일인지 오늘도 깊은 체험을 한다. 편바둑의 파트너는 49.5 집을 이겼다. 50집은 채우셔야죠! 그에게 한 마디 한다. 그는 미안하다고 한다. 거의 40집을 졌지만 파트너 덕에 이긴다. "아낌없이 중앙을 버렸으니 그만 큼 졌죠 안 그랬으면 뒤집어 졌겠어요."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돈을 따기만 하면 된다고 40집을 지고도 부끄럽기 보다는 다행인 심정이다. 내가 평정심을 잃고 있는 것일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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