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영감들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뿐이다.

그리도 바빴는지 아팠는지 뭔가에 평생 쫓기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작은 평화를 느낀다.

점심 먹은 것도 내려 안지 않아 저녁 생각은 없어도 반찬이라도 꺼내 소주나 한 잔 할까 싶어 냉장고를 뒤지니 돼지고기 무친 것을 처가 아침에 싸 준 것이 보인다.

티브이 속 9시 뉴스는 세상소식을 전한다.

광화문은 100년 만에 복원되었다하고 대통령은 한복을 입고 무언가 메시지를 전한다.

경찰청장 내정자는 어떻고 불법 방북했다던 웬 목사는 8월 20일 돌아온단다. 그를 환영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었단다.

하루만 쉬어도 긴긴 하루를 어찌할 줄 몰라 티브이를 보고 잠을 자고 그래도 시간을 못 보내 기원에 내려간다. 동백 박과 분당 박이 두고 있다. 상수한테 하수 운운하며 되지 않는 수나 두는 분당이나 간신히 대마가 상대의 실수로 구명되곤 이런 바둑을 왜 계속 둬야 되냐는 동백 박 이나 피차 마친 가지인 것 같고 저런 바둑을 바둑이라고 뭣 하러 두고 있나 싶다. 관전도 시간이 아까워 일어서 돌아온다.

이씨조선의 창업자 이태조의 신하 정도전은 새 도읍지 궁궐의 건축을 유교사상을 실천하려 검소하되 화려하되 화려하지 않게 지었단다. 그 궁궐은 임진왜란 때 불탔고 그 후 대원군 때 다시 지었다니 이씨조선 500년의 역사마저 겨우 두 단계로 구분되는 것인가. 수많은 선현들이 살았다던 조상들의 조선이 불탄 궁궐의 개축조차 못했고 역사의 수구역적으로 불리던 대원군이 개축을 했다니 그 것 조차 몰랐던 나도 한심하지만 역사도 역시 쓰레기 영감들의 말만 무성했었지 보일 것이 없었던 것인가?

티브이에선 박지0인지 민0당의 대표라는 영감이 무언가 얘기하고 선0당의 대표라는 이0창 영감이 무언가 얘기한다. 잘 한 것이 있건 없건 물러날 때를 알고 진작 물러났어야 할 영감들이 왜 저리 할 말들이 있어 저러는 것일까? 진퇴의 때를 모르면 쓰레기일 뿐일 텐데. 물러날 때를 알고 행했어도 영감은 영감일 뿐일 텐데.

스폰서검사 특검보를 사임한 이는 한 번 물러난 관직을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한 번 서보려다 아물지 못 할 회한의 오욕을 자초한 것 아닐까? 아무나 아무때나 나서는 사회풍조에 젖어 있었던 것일까? 문자를 돌리며 축하한다던 동기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교육은 6세에서 15세 10년 이면 과분하고

그 이후에는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닐까?

미얀마 히말라야 산맥의 초교에서 5년 교육받은 처녀가 선생이 되어 후세를 가르치고 졸업생들이 경찰이나 공무원 간호사가 되는 것이 세상의 진보를 위하는 것인데 영감들이 자신의 몸이 노쇠한 것도 부정하며 쓰레기가 된 몸으로 젊은이들의 사상을 오염시키며 세상마저 부패시키는 것 아닌가?

두 영감이 바둑을 두고 있다.

무르지 말라며 화를 내며 싸우다 조금 후엔 웃고 있다. 바둑의 이치도 모르는 하수 두 영감의 바둑이 그 영감들에겐 재미있으니 두고 있겠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원자탄을 개발했다. 고교시절 희랍어 원전으로 호메로스와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단테의 신곡을 원문으로 보기위해 괴팅겐 시절엔 이탈리아어를 버클리에서는 인도 철학서를 읽기 위해 산스크리트 어를 익힌 천재.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과 히로시마 원폭투하는 단번에 미국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러나 원폭의 후유증을 목도한 그는 과학적 성과에 회의를 갖게 된다.

“우리는 병속에 든 두 마리의 전갈과 같다. 서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러려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과학이 인간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1945년 맨해튼 프로젝트를 마무리 한 후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 선풍 그 후 1967년 64세로 타계까지 그가 걸은 길은 良心(양심)과 知性(지성)의 길 영감의 길이 아닐까? 끝.

201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