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한다고 오물을 닦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을 한다는 생각부터 이미 자신과 그 주변은 청결해진다.

무심한 손길에 반복되는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문득 기차 길 소리로 변하고

수도꼭지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는 매미소리가 되어 먼 시간 여행을 떠난다.

30여 년 전 처음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똥 바지 내의를 빨면서 입술을 깨물며 한을 곱씹었다

그리고 일상처럼 살아 온 30여년에 이제는 설거지 빨래가 몸에 배였다

설거지.

귀찮고 성가시며 남자로서 쉽게 걷어 부치고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하고 있다.

우렁각시가 친구랑 넘놀아서 피곤하다는 말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그래. 영 호강해 삐라.

두 팀을 만나고 장장 8시간을 돌아다니며 쇼핑하고 수다를 떨더니.

내가 주방에서 덜그럭 거리고 있는 모습을 소파에 기대어 지그시 바라본다.

자는 척 하면서 머리에 손을 얹고 손가락 사이로 힐끗 거리는 걸 모른 척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람이 있다.

굴초님.

그렇게 원하던 그의 염원을 하수가 먼저 올리면서

지금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염원을 이루었을까.

아직도 그러고 계실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나보다 먼저 이루시고 지금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계시면 선배로서 하수에게

한수 지도해 주시고 아직도 진행이면 분발하셔서 동참하시라고 전하고 싶었다.

그의 문학적이며 다정다감한 글을 못 본지 넘 오래다

나야 모 장터 돼지국밥이라면 소원이 없겠지만 나에 비해 그는 정갈하고

맛깔스런 한정식이라 생각한다.

글이란 그 사람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며 표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은 글쓴이의 메시지와 인격이 드러난다.

그래서 굴초님의 순박하면서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감수성의 촉감을

더듬기를 좋아 했었다

잠깐 죄스런 마음도 있지만 동변상련의 마음을 가졌던 한 사람으로

그에게 나의 작은 행복도 알리고 그의 소식도 궁금하고 (쬐금 자랑도 할겸) 해서

설거지를 하면서 그의 기억들을 떠 올리며 씨~익 웃어버렸다.

“ 왜. 서글퍼?”

“ 으..응. 아니. 아니. 다른 생각했어. 쉬어. 푹..., ”

“ 응. 난 또...”

하며 다시 돌아눕는다.

“ 휴 ~~~

굴초님 까닥하다간 불손하다고 실컷 일하고 저녁 굶을 뻔 했수다.

설거지를 어떻게 써 볼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문득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궂은 온갖 것들을 주무르고 비비고 닦아내면서 그것들이 깨끗해짐에

눈으로 보는 행복감에서 마음이 같이 닦여진다는 것을.

언젠가 절집에서 밥 공양으로 빗자루 질로 오직 염불 한 줄로도 도통한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며 나도 혹 설거지와 빨래로 도통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어차피 해야 될 거면 일상에 도움 되고 내가해야 될 것으로 도통하면 뭘 더 바랠까.

벌써 도통한건 아닐까.(에이 이건...)^^;

하여간 우리는 평상심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너무 각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심적인 부담들이 심해서 일까

잠시 멈추는 것에 필요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오늘은 일요일.

계획 없으신 분들은 잠시 컴에서 일어나 뒷짐 지고 집안을 둘러보세요.

못질이나 할 곳이 없나 둘러보시고 화분하나라도 자리를 바꿔 보시던지

설거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고요 세탁기 사용법이라도 익혀 놓으시면

저녁 밥상의 변화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무언가를 깨끗이 한다는 것이 마음을 닦는 길이라.

굳이 마음을 닦으려 애쓰지 마시고 주변을 닦으세요. ^^=

그리고 굴초님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 오르시면 화려하게 컴백 하세요. ^^=

한 가지 잘못으로 아홉을 채울 수 있다면 선행이라 할 수 있고

한두 가지 선행으로 나머지를 말하려 한다면 악행이라 말 하고 싶다

남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말하려 한다면

자신을 알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목매여 찾아다닐 뿐이라

나는 오늘도 설거지와 빨래나 하면서 마음을 세탁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