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산다는 게 참 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트에서 일등을 해도 일장 춘몽이고

7등을 하고 있어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새옹의 말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더니 빙판이 정말 그렇다..

이전에는 프로바둑에서 삐끗하면 끝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바둑의 속도가 빨라져서 삐끗이 흔하다.. 좋은 기보를 남기겠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오늘 김연아의 기사를 보니 보조코치 같은 역할을 곽민정에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워보인다.. 이제 애써서 지향하기엔 사태가 너무 커졌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기술과 예술성이 공존하는 맛은 김연아 이외엔 현재론 나가수 밖에 없다..

마오는 언젠가부터 신뢰의 표지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전체적인 흐름의 맛이 없고, 다만 기술의 연결일 뿐이다.. 연결 자체가 스케이팅이고, 그 스케이팅을 토대로 점프 등의 기술이 생겨난 것인데

프로라면 한 간을 뛰어도 의미가 깊어야 좋지 않겠는가?

나의 느낌으론 지금 김 연아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우선은 좀 쉬고, 그 뒤엔 한 해 정도 아이스 쇼 같은 것을 하면서 세상구경이나 실컷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는 사이에 무언가 새로운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 시기가 되면 여자 피겨계의 판도도 새로이 구성될 것이고

만약 그때에 새로이 도전할 상황이 주어지면 의욕적으로 해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아예 다른 길을 걸어서 인생의 종합판단에서 성공하는 것이 나으리라..

곽 민정의 연기를 보았는데, 점수는 나빴지만, 이제 이 선수도 시니어가 되었구나,라는 느낌이었다..

고급한 사람들과 지내보니 스케이팅이 다만 뜀뛰기로는 안된다는 것을 제대로 맛보지 않았을까?

모든 게임이 어느 시기가 되면 어떤 우아함을 지향한다. 어쩌면 이번에 곽민정은 갑자기 프로들과 함께 지내면서 갑자기 달라진 수준에 적응을 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점수가 너무 낮아서 스스로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점프의 기본이 잘 되었다고 하니 한 두해가 지나가는 사이에 전체가 새로이 조립될 수도 있다..

아마도 지금의 미라이 나가수의 모습이 얼마 후의 곽 민정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나가수는 이제 구체적 상황을 갖고 있다.. 전체적 틀이 형성되었으므로

어제는 프리를 잘 했고, 오늘은 쇼트를 잘 했는데, 이 둘이 합해지는 시간이 아마 한 두어해가 걸릴 것이다..

김 연아도 그러하지 않았나?

대개 김연아는 쇼트가 강했었는데, 둘 중 하나가 안정된 상태로 계속 다듬은 결과가

한 시즌 동안의 성공과 올림픽에서의 대성공으로 귀결된 것이다.. 전체적 리듬이 좋았던 것이다..

이 창호가 05년에 국가대항전에서 이겼을 적에, 이제 그만 쉬라고 글을 썼었다..

금년에 다시 이기는 모습을 보니 또 그런 마음이었다.. 그는 말하자면 이번 김연아의 우승을 두 차례 한 셈이다.. 그런데 이 창호에겐 매니저가 없어서인지 쉴 기회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노동을 줄였으면 좋겠다..

이 세돌처럼 반년이라도 아이스 쇼 같은 것을 하면서 쉴 수 있다면, 오래 잘 지낼 것 같은데..

서해안 사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전쟁 중인 것도 아닌데 그대로 사고에 휩쓸려가는 분위기다..

무어라고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