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43, 잉어빵

토요일 저녁 늦은 시간 기원엔 사람으로 가득하다. 편 바둑을 8명이 두고 있고 뒤켠에선 하수 영감님들의 2부 리그 편 바둑까지 네 명이다. 중앙의 전기 곤로를 둘러싸고 앉아 있는 이들은 사랑방 마냥 이야기가 그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빛나리 는 놀란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짓는다. 기원원장도 해 봤으니 기원에 사람이 많은 건 항상 반가운 것이 그의 착한 마음이겠지.

전철역 출구 노변에서 잉어빵을 팔다 들어오는 길이니 얼마나 고생스럽고 추울까 싶다.

“추운데 고생 많으셨죠?” K

“고생은 아닌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빛나리.

“얼마나 팔았어?” 정 원장.

“십 만원 팔았으면 6만원은 남았겠네?”

“더 싸주고 하니까 5만 몇 천 남았을 것 같아요.” 빛나리.

26일엔 전에 자기가 하던 자리라고 어떤 이가 찾아와 비켜났었단다.

25일엔 사람이 없어 일찍 닫았고 24일 이브에는 많이 팔았다는 그.

난로 곁에 둘러앉아있던 이들 중

택시기사 박 팔 단은 말을 이어받는다. 십 년째 택시 운행하는 선배와 30년째 개인택시 한다는 두 분이 모두 올해 크리스마스처럼 인적이 드문 것은 평생 처음이라 말씀하셨단다. 그동안 몰랐었는데 빛나리도 한동안 택시를 몰았단다. 취한 승객이 운전석 목받이에 발을 올려놓거나 취해서 내리지를 않거나 승차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승객 등 경험담에 박 팔단과 빛나리는 택시 이야기가 끝이 없다.

박 팔단은 지금 일하는 중인데 저녁식사를 뼈 해장국을 먹으려고 인근에 주차하곤 기원에 들른 것이다. “한 시간을 일 안하고 이빨만 깠네!” 그는 부랴부랴 나선다.

오후 타임은 오후 5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5시 까지라던데 얼마나 힘드실까? 다변에 우스갯소리를 잘 하는 그와 평소에 두던 바둑들이 그에겐 얼마나 소중한 휴식이었고 귀중한 시간이었을지 새삼스럽다.

건설 감리단 단장인 김사장과 지난달 미얀마에 현장설비 차 다녀온 건축현장 기술자 이 선생등과 대화를 한다. 오랫동안 서로 아는 사이들이어 평소 말과 대화가 많지 않았어도 근저에 흐르는 이해와 배려 존중들이 느껴진다. 택시 박 팔 단이나 빛나리 를 평소 잘 안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늘 보니 내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적었었구나 싶다. 감리단장이나 기술자 이 선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겠지.

내가 안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실상은 이렇게 모르고 어두웠던 것을 나만 모르고 사는 것일까?

빛나리는 편 바둑에 들어 열심히 두고 있다. 돈 많고 넉넉한 이들에게 오히려 잃는 경우가 많은 빛나리가 내심 잃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한 판 잃음 2만원 두 판이면 4만원인데. 저양반이 오늘 잉어빵을 팔아 5만원 벌었다지만 그중 태반은 기원에서 이사람 저 사람이 번갈아가며 들려 많이씩 팔아줘서 일 텐데.

담배피고 두 끼 밥 사먹는 사람들은 택시 해봐야 별 볼일 없다던 빛나리의 아까 이야기가 생각난다. 바둑 둬서 두 판 지는 사람들은 잉어빵 팔아봐야 안 될 것 같은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