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를 중퇴하겠다고 선언한 김 예슬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요즘 한국은 정보를 그다지 신뢰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어느 소식이 들린다고 해서 서둘러 판단할 수가 없다..

이 경우도 그랬다..

처음엔 요즘도 저런 청년들이 있나? 라는 느낌이었지만, 곧 다른 소리들도 들리고 해서

도대체가 알 수가 없군.. 이라는 정도였는데

인터뷰기사를 보니 보다 구체적인 마음의 정황을 알게 되어서

반가운 느낌이 든다..

대체로 20대 중반의 나이인데, 그 흐름을 알 만하다..

요즘의 한국사람들은 정말 이상하게 산다..

부모가 특별히 대안을 갖춘 상태가 아니면,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리고

애들은 또한 묘책이 없으니 타고난 자질이 어떻든 대개의 스무 살들은 그냥 공장제품처럼 생산되는 느낌이다.. 영화 메이트릭스의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도 말하길, 대학을 나오면, 졸업을 하면, 취직을 하면, 결혼을 하면....

아마도 도대체 언제까지 그모양 그꼴로 다만 생존을 해야 하는 지가 궁금했을 것이다..

정말 공감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영대를 다니던 학생이 그럴 정도이니...

고려대를 갈 정도의 재주가 있으니 부모들의 입장도 대략 알 만하다..

그런 상황에서 자퇴를 선언하다니.. 그리고 조용히 그만두지 못한 이유도

마음이 약해질까봐 그랬다는 것을 보니 더욱 인간적 고뇌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인터뷰의 끝을 보니 생존에 바쁜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배부른 소리로 들릴까 염려하는 조심성도 보인다...

여자 나이 20대 중반에 저 정도의 사색과 배려심이 있다면, 내가 보기엔 좋은 인간이다..

과연 그의 앞길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떠오르는 여러 장면이 있었다..

Matrix에서 인간들이 목에다가 에너지 튜브를 붙이고 늘어있던 장면..

네오가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앞에 두고 고심하던 장면..

유럽에서 있었다는 68혁명의 전조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장에서 인권선언을 하고 세상을 등진 어느 노동자의 그림도 떠오른다..

세상에는 많은 변수가 있지만

나로선 지금 오랜 만에 접하는 붉은 마음이 귀해보인다..

그냥저냥 살아도 또한 대부분의 의문이 풀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 그러나

우연에 맡기고 살아가기엔 너무나 괴로운 영혼의 상황이 보이는 듯도 하다..

세월이 가면 다양하게 말썽을 일으키는 몸

몸과 외적 상황에 휘말려서 혼잡해질 수 있는 마음

두루 잘 관리해서 그 붉은 마음이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

우파니샤드에 나왔던 나치케타가 염라대왕에게 던지던 그 질문과

김 예슬이 대자보를 붙이며 던지는 의문이 과연 얼마나 다르겠는가?

용기있는 젊음은 복이 있을지니

밝은 안목이 그에게 선물로 주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