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유비의 도원 결의

유비가 장비를 만난 것은 돗자리와 짚신을 시장에 팔러갔을 때였다. 장비는 원래 연나라 사람으로 명문의 후예였으나 다섯 살 때 집안이 환관들의 당고의 화에 연루되어 집안이 풍지박산이 되고, 늙은 가복이 어린 그를 거두어 탁현의 저자 거리에 숨어 살게 되었다.

가복은 술과 돼지고기를 파는 등 장사를 하여 장비를 아들같이 길렀는데 장비가 열다섯이 되기도 전에 죽어 장비는 가복의 장사를 이어 받아 하면서 시장의 불량배로 자랐다.

유비보다 다섯 살 아래인 장비는 힘이 장사로 그 시장에서 술주정뱅이에다 깡패로 악명이 높았으며, 처음 본 유비에게도 자릿세를 요구하였고, 유비는 군 말없이 장비에게 돈을 주고 술을 사 주었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덕분에 유비와 장비는 서로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특히 유비는 노인의 가르침이후 어떻게든 장비 같은 힘 있는 사람을 꼭 사귀고 싶었다.

장비는 그 시장 바닥에서 말장수의 뒷배를 봐주고 돈을 받거나 돈 많은 장사치들의 물건 호송 등을 도와 돈을 받고 있었고, 그 유별난 힘과 난폭함으로 저자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현의 관리들도 그의 힘이 두려워 웬만한 횡포는 눈감아 주었는데 어느 날 장비가 술에 만취하여 그가 사는 동네의 관리를 초죽음 시킬 정도로 두들겨 패는 일이 벌어졌다. 그 동네 현의 사또는 유비와 같이 동문수학한 공손찬 이었다.

공손찬은 술에 취하여 날뛰는 장비를 군사를 풀어 잡아들이려 하였으나 워낙 힘이 장사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가 장비가 술에 곯아 떨여져 잠이 든 뒤에야 장비를 잡을 수 있었다.

평소 공손찬은 장비의 행동과 행패를 못 마땅히 여기고 있었는데 이번에 관리를 폭행 한 죄를 물어 사형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 소식을 들은 유비는 장비를 사귈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한편으로 장비를 감옥으로 찾아가 만나고, 또 사또인 공손찬을 찾아가 장비의 구명 운동을 하였다. 그 결과 장비의 죄는 사형에서 벌금형으로 바뀌었고, 유비가 마련한 약간의 돈과 장비가 가지고 있는 돈을 주고 풀려 날 수 있었다.

장비는 술에 취하면 천하의 개망나니였지만 깨어나면 은혜도 알고 의리도 아는 위인 이었다.

이때부터 장비는 유비를 자기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하고, 유비가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형님으로 깍듯이 모셨다.

유비와 장비의 만남은 유비에 있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자 여러 가지로 의미 깊은 일이 되었다. 유비는 당대의 지도자들에게 필수였던 병법과 무예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병법은 시골 저자거리 깡패집단 주도권 싸움에 응용할 만큼 밝고 세밀하지 못했으며, 무예 또한 그저 겨우 자기 몸 하나 호신 할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