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유비의 도원 결의

그때 노인장이 유비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나이답지 않게 보통 사람의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이라면 바로 거절하고 말아 처음에 들인 수고도 다 헛수고가 될 텐데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다시 나를 업는 그 행위는 보통 사람들이 지니기 어려운 마음이다” 하면서 내가 너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너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한수 가르쳐 주겠다.

잘 듣고 마음에 새겨 꼭 성공하길 바란다 하면서 유비에게 이렇게 물었다.

“농사를 지으면 그 이익이 얼마나 되겠느냐?” “한 열 배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장사를 하면 그 이익이 얼마나 되겠는가?” “백배는 되겠지요.” “그렇다면 좋은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면 그 이익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고 물으니 유비가 망설이며 말을 못하자, 그 노인은 유비를 보고 “그거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좋고 뛰어난 사람을 친구나 스승으로 얻는 것은 기화가거 [奇貨可居: 보물]를 얻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하니 반드시 그런 사람을 얻거나 사귀도록 하라고 하였다.

좋은 친구나 스승은 평생 같이 인연을 맺고 살면서 서로의 어려운 일을 도와주고, 단점을 보충해 주는 사람이다. 장점을 가진 친구를 만나도록 노력해야한다.

사람의 자질이 아름답다고 해도 활용해서 쓸 만한 인재가 되려면 반드시 친구가 도와주어야 한다. 친구가 어질지 못하면 서툰 목수가 재목을 다듬고 솜씨 없는 장인이 옥을 다듬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인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새는 양 날개가 없으면 날지 못한다.

사람은 한 손만으론 생활하기 어렵다. 이처럼 서로 의지해서 살아가는 관계가 붕우이고 친구이다. 한쪽이 어려우면 도와야 하고, 부족하면 메워 주는 사람이 친구이다. 그저 함께 먹고 마시며 노는 사이를 두고 친구라 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서로 대충 수인사만 하고 비슷한 또래이기만 하면 곧바로 친구라 하는데 옳지 못한 일이다. 가족과 더불어 나와 평생을 같이 하는 사람을 친구라 한다.

그러하기에 어떤 사람을 친구로 삼느냐에 따라 일생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인정이 많고 성실하고 거짓이 없어서 나의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은 유익한 친구이고, 아첨하고 경박하며 오만하고 함부로 행동하고 말하여 나쁜 짓을 하도록 유인하는 사람은 해로운 친구이다. 이를 미루어 찾아보면 자연히 50~70%까지는 알 수 있을 것이고, 다시 물어 보고 살핀다면 백에 하나도 실수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놀면서 제일가는 사람과 벗을 삼지 못하면 큰 뜻을 펼 수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제일가는 사람이 된 다음에 제일가는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니 제일가는 사람과 벗 삼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제일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은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인데 첫째는 뛰어난 스승을 만나야 하고, 그 다음은 나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고, 그 다음은 부모나 다른 유력자의 후원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보다도 빨리 성공 할 수 있다.

특히 난세에는 더욱 그러하니 반드시 이것을 지키기 바란다. 그리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고 반드시 스승에게 배워야 하고, 독학은 절대로 하지 마라. 혼자 독학을 하면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고, 혼자 모든 것을 깨우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너의 관상을 보니 귀가 크고 생긴 것이 과히 귀인의 상이나 조금은 부족한 것이 있다. 조금 전에 내가 너의 행동을 시험해 보니 나에게 대하는 태도며 여러 가지 행동이 공손하고 겸손한 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능히 얻을 수 있겠다.

그러면서 너의 착한 마음인 심상이 너무 좋고, 이런 심상을 가진 사람은 능히 한나라를 세우고도 남을 만 하니 뛰어난 스승에게 더 많이 배우고, 너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너의 스승이라 여기고 나이나 지위를 불문하고, 스승 같은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도록 하며, 그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행하도록 해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람보다 더 큰 재산이 없으니 사람을 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얻고 사귄 사람은 번창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망한다는 말을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해라. 또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아야 하는데 자신의 집안이 미천하면 군인이나 상인이 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며, 군인이나 상인이 적성에 맞지 않다면, 관리가 되거나 남 밑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것이 편한 길이니, 경험이나 능력이 없으면서 창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은 바로 망하는 것이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통 사람들은 남을 의식하며 사는데, 자기 자신이 새 옷을 사 입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꾸거나 하면 괜히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가 쑥스러워지거나 어색해하고, 한편으로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괜한 근심과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근심과 걱정은 전혀 쓸데없는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자신만큼 남들이 나에 대하여 관심이 없으니 전혀 신경을 쓰지 말고 자신 있게 살기 바란다.

또한 남자는 모름지기 얼굴이 두꺼워야 하는데 남 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쉽게 화가 난 모습이나 겁이 난 모습을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마음의 수련을 많이 하여야한다.

남들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 침을 닦을 것이 아니라 그 침이 그냥 얼굴에서 마를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둘 수 있도록 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이 있는데 지금은 난세로 전쟁을 하는 때이니 특히 자신의 생명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연구해야하고, 어려운 처지를 만나면 반드시 먼저 도망쳐 목숨을 구한 연후에 대책을 연구하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이게 너에게 인생을 살면서 명심해야할 나의 가르침이다. 유비는 그런 가르침을 들으니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고, 마음속 깊이 울림이 되어 왔다.

조금 수고는 하였으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사람이 재산이라는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사람이 재산이라면 주위의 모든 사람을 공손하게 잘 대하고, 어떻게든 많은 사람을 사귀고 싶었다.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혼자서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기회적 혜택을 받았더라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인생여정은 행복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