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저께가 보름이었다. 일 년에 가장 풍만하고 선한 정월대보름. 여러 가지 미풍양속을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모나지 않은 모습만으로 좋다 인생의 기본 척도인 나이는 처절하게 살았거나 무심히 살았거나 부식물처럼 쌓이고 결과를 받아들이기에 따라 가끔씩 위로 받고 때론 한숨짓지만 우리는 막연히 내일을 본다는 기대를 놓지 않는다. 그렇게 삶을 불신하면서도 영원으로 생각하고 다시 순간에 집착하고 소원하고 있다 의식이 있는 한 오늘이 져도 저 달처럼 또 찰 것이라 생각하니까. 자아를 물으면 모두 해를 이야기하나 정작 우리는 달처럼 살고 있다 스스로 보여주려 해도 스스로 무엇이라 해도 결국 삶은 달일 수밖에 없다 영향을 받고 신세를 지고. 조금의 차이 아니면 어느 선까지 가는 능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신에 의해서든 환경이든 능력이 있어도 자신만으론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완성도는 무엇인가의 희생이나 양보 그리고 신세로 이루어 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호사다마라고도 하고 반전도 있는 것일 게다. 줄지도 차지도 않는 달을 우리의 착시로 만들어 가고 일희일비하고 살지만 그게 중생의 삶이니 이왕이면 그믐날부터 신세를 익혀 온 만월이 좋다 다시 겸손해지는 것 까지. 일상에 쫒기며 살다보니 작년까지도 생각하고 어머니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일이기에. 뒤 늦게 약간의 나물을 하고 둥근 달을 보고 무속적 발원을 같이 하는 것으로 메웠다 돈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고 대세로 굳어졌지만 그만큼 인간은 게을러지고 오만해졌기에 어부지리로 작은 몸 보시가 기초적인 도리가 장인의 반열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반면 숙성되지 않은 지식과 논리는 행위를 정당화 하고 허물을 합리화만 시키고 있으니 서로의 소통부재는 갈수록 깊어질 것이다 이는 삶의 밤을 헤매는 노숙자가 되어 갈 곳이 있어도 차마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것은 편리가 몸에 배여 변명하고 이용하려 할 뿐 동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이 하찮아서도 안 되겠지만 기본이 특별해짐은 곧 재앙이 될 것이다 건강한 토양이 있다는 전제하에 모든 식물이 존재하고 그것으로 존재가 이어진다면 기본이 소외되는 것만큼 무서운 질병은 없을 것이다 다들 너무 바쁘고 큰일들에 쫒기다보니 챙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인간적 도리는 수도자의 경지에서 나오는 내공이 아니라 단순무지한 순수함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그믐에서 만월까지. 어느 날 아주 단순해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을 알 때까지. 서둘러 탑을 쌓기보다 구덩이를 조금 더 깊이 파리라 언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겠는가. 마지막 인간일 때 인간답게 후회 없이 살다가자. 홀로 생각하는 이 시간이 좋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