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낱말을 떠올리면

2천 년대 초의 어느 죽음이 떠오른다..

그의 죽음은 예상 밖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고, 그와 관련된 일을 보느라고

그가 살던 도시를 오르내리게 되었는데

고속버스 안의 커튼을 젖히면서 묘한 inspiration이 주어졌는데, 그것은

죽음이란 언제나 삶과 공존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매 순간에 죽음은 공존하는 셈이다.. 나중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죽음은 삶과 항상 공존하는 것이 드러난 셈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당시로선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는데, 다시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마음의 불편함의 내력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소위 임사체험이라는 것과 공부 혹은 수행의 차별성도 슬슬 드러났는데

대개 우리는 육신의 생존을 중심으로 만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죽음과 깨달음 혹은 수행의 영역을 혼동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음미하니 그것은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는 발상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생의 이면에 죽음이 있다면

모든 생사의 토대를 묻는 것이 바로 대개의 수준높은 고전들이 다루는 근원적 주제이므로

죽음의 문제와 근원적 의문 혹은 본래마음은 같은 수준의 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불교에선 인천승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 용어의 의미가 드러난 것도

죽음과 깨달음의 영역이 구분된다는 것을 명료히 하고나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수직적으로 고찰해볼 때에 죽음의 영역이 더 토대에 근접하였다고 느껴지지만, 그러나 엄연히 현상의 범주인 것이다..

널리 알려진 책 중에 티벳 사자의 서,라는 것이 있는데

처음 이 책을 볼 적에는 좀 복잡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아도

책의 뒤에 나오는 여섯 바르도의 서시,라는 것은 정말 매우 인상깊었다..

바르도를 다만 육신의 죽음의 후에 거쳐지나가는 관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여섯 바르도, 즉 모든 현상의 영역이 모두 바르도라는 발상은 참 새롭고 신기로운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그때에 비로소 말귀가 통했으니 참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까 여섯 바르도라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죽음으로 가는 관문으로서의 바르도 뿐 아니라

죽음도 바르도이고, 또 상당한 수준의 깨달음이라는 것도 모두 바르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인도철학에는 제 4의 상태라는 용어가 있어서

소위 현실과 꿈과 깊은 잠을 모두 벗어난 영역을 말하곤 하였었는데, 왜 이런 구체적 개념이 필요한 것인지도

죽음과 근원적 토대를 구분하는 인식이 주어지고나서야 비로소 이해되었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삼천대천세계라는 것이 모두 죽음의 범주에 속하는 셈이라서

그래서 마음을 벗어나는 일이 단순히 개인적 범주가 아니었던 것이다..

죽음에 관한 다른 연구자로선 박 상륭이라는 소설가도 거론할 만한데

말이 어려워서 소위 죽음의 한 연구를 한 번 읽어보았을 뿐이다.. 소위 7조 어론이라는 것은 죽음의 한 연구의 확대판이라고 할 만한데, 아직 완독해본 경험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죽음과 근원적 질문과의 차별성이 인식되면서 생사대사라는 말이나 맹구우목이라는 말도 좀 현실감이 생기기도 하였던 것 같다.. 생사대사라는 말은 단순히 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수준의 발상이 아니고

가능한 모든 생과 사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이라서 죽음의 문제와는 엄청난 차별이 있다..

죽음의 문제가 실감이 안나서 궁금해하다가 어머니가 가시는 바람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러고보면 가까운 사람의 죽음들이 각각 가르쳐준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알고보면 모두가 죽을 것을 서럽지 않은 죽음이 어디에 있으라.. 라는 것도 알려주신 분이 있는 것 같고

죽음이 언제나 삶과 공존함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나서 보니까 어느 분이 생사가 진리에 봉사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었고, 상당히 공감도 하게 되었다..

벌써 일곱 시가 넘었으니 경제를 살릴 때로구나..

** 편안한 하루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