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던가...

한참을 망설이다 또다시 마음 아픈 글을 올리게 되었다
아니. 의무적으로 나의 책갈피에 끼워 두어야 할 은행잎 하나를 찾았다고..
그렇게 이별을 지켜보고 나와의 이별을 인정하며 우리는 결코 무심한 인연이
아니라는걸 가슴 여미는 안타까움으로 영원히 마음의 책갈피에 끼워두려 한다

늦장가를 보낸 막내가 허니문 베이비로 귀여운 조카를 안겨준게 2007. 10월 이었는데
작년 8월에 둘째가 들어썼다 내달이 산달인데 며칠전에 ...
처음 소식을 들었을때는 놀랐지만 산모만 걱정했고 애기는 덤덤했는것 같았는데
막내가 심각하게 의논을 해오면서 일순 죄책감에 전율을 느꼈다

" 형님아 작은놈 장례를 치뤄줘야겟다"
" 병원에서 치루는데 절차와 경비가...그리고 요즘은 그렇게 한다고 하네"
" 그것도 그렇고 내가..."

쿵...하고 뭔가 가슴에 달려 있던게 떨어지는듯 했고 뭔가를 기만한듯.
부랴부랴 관계처(장례식장.동사무소.구청)로 문의를 하고 자문을 받았다
책임감으로 혼자서 치룰려는 막내를 일갈하고 따라 나섰다
나도 가족이고 지금은 우리 울타리의 어른으로 당연히 해야 할일인것을.

그때부터 갑자기 가슴이 복바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가여운것이 몇번의 윤회를 거쳐서 인간의 세계를 찾아 왔는데 한달을 앞두고...
사실 병원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이 죄의식으로 밀려 올때는
무어라 형언할수 없는 감정으로 작은통을 잡고 복받쳐 소리내어 울었다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작성해 동생이 다니는 교회로 향했다
밖에 있다가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동생이 조카를 안고 고개숙여 기도를 하는데
엄숙하고도 성스럽기까지한 모습에 눈물 범벅이 된채로 두손을 모아 고개 숙인다
미안하구나 이 큰아버지가 ....

산모 수발만 신경쓰고 왔다갔다 하고는 도리를 다한냥 뒷짐지고 있었던 나에게
가족임을 알리려 하는 너에게 부끄럽고 미안하고 그리고 가엾고...
너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그리고 가족으로 보내려 하니 섭섭해 하지 말아라
작은상자에 손을 얻고 빌고 또 빌었다

무엇이 너에게 인정 받지 못하여 오던 발걸음을 돌리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너의 선택을 받지 못햇어도 우리는 너를 기억 할것이다
그리고 외면하고 돌아선 이 큰아버지를 불러서 나의 차를 타고 마지막 가는길을
가려했는것이 너무도 고맙구나 부디 따뜻한 봄날을 택해 좋은곳으로 가기를...

한줌의 재로 돌아온 조카를 금오강으로 가서 가장 깨끗한 곳에서 보내 주었다
마지막 가는길에 막내는 많은 얘기를 했고 들고간 카셋트로 끝까지 노래를 들려 주었다

"잘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사실 한열흘간은 할머님의 노환과 막내일로 넘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모두 추스려야 한다 내가 아니면 더욱 힘들어 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또다시 책임감으로 긴장의 끈을 조여맨다
팔공선달은 팔공까지 업장소멸을 위해 어리석은 자유가 추호도 허용되지 않으리라.

이짧은 글을 세상에 오지못한 조카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