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오는날 찾은 실상사

 

비오는 날의 실상사

참선하듯 자리한 법당 앞에

무심한 지킴이 석등과 두 개의 탑

비에 젖은 봉선화의 눈물과

흠뻑 젖은 버들가지의 머리 결이

안쓰러워도 서럽지는 않았다

잠시지만 내 받쳐 든 우산으로

오래된 정원

그들의 법어를 가려주려 했다.

 

 

실상사는 선문의 대표적인 사찰로 뒤로 보이는 반야봉에 백번 오르면

스스로 도를 깨우칠 수 있고 이곳 실상사에 백번을 참선하면 진리를

그리고 그 정상에는 천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금강굴이 있다고 한다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인 828년(흥덕왕 3)에 홍척국사(洪陟國師)가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유서 깊은 사찰이다. 선종(禪宗)이 처음 전래된 것은 신라 제36대 혜공왕 대이지만 발전을 보지 못하다가, 도의국가(道義國師)와 함께 당나라로 건너가 수학하고 돌아온 홍척스님이 흥덕왕의 초청으로 법을 강론함으로써 구산선문 중 최초 사찰로 개창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실상사는 구산선문 최초가람이라는 역사와 더불어 승가의 미래와 사부대중 공동체로서 사찰의 오랜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생명살림 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1996년에 승가의 미래를 위해 인재를 육성하는 화엄학림을 개설하였고, 1999년에는 '생태적 가치와 자립적 삶'을 건학이념으로 귀농전문 교육기관인 실상사 귀농학교를 설립하다. 또한 2001년에는 자연과 함께 하는 체험학습을 목표로 작은 학교인 '선돌학교'를 열기도 하였다. 이러한 실상사의 승풍 진작과 생명운동은 우리나라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전통사찰 종합정보)

“이분이 108사찰 순례를 하신 분이래요 스님”

실상사 주지스님께(법륜) 소개를 하는 동행한 보살님이

차를 준비하시는 동안 이러쿵저러쿵 재잘거린다.

“그래요”

“그래서 무엇을 얻었나요.”

“................”

“저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습니다.”

“그래요...”

스님은 차 한 잔을 권하며 빙그레 웃으신다.

“뭔가 이유가 있어 발원한 것일진대 아무것도 느낀 게 없다.....”

보살이 다시 끼어들어

“다시 시작 한답니다 스님. 그것도 우리 실상사에서요.”

“..................”

또 빙그레 웃으시며 누군가를 부르시더니

이내 달려온 초등학생에게 나를 안내하라 하고

동행한 보살에게 나는 모를 화제를 꺼내 담소하신다.

“보는 것이 전부요 또 아니니 느껴도 못 느껴도 처사 탓은 아닙니다.”

절을 하고 돌아서 나오는 나에게 뭔가 오래 동안 울림이 있었다.

지난날 억지 춘향이로 시작하여 어느 정도 몸에 익음에

이제 남은 평생도 그렇게 살아보리라 다짐을 하다

내가 남길 것은 무언가에 대해 문득 떠올린 생각으로 상념에 빠진다.

이름은 보잘 것 없는 부름 소리에 불과하고

가난이 또 그러하고

배움이 짧아 글로서 어찌 해볼 도리도 없고.

세파에 찌든 몸뚱이는 이제 자신조차 가누기 힘들 때가 많으니.

아. 없구나.

이제 모두가 쓰레기로 던져지려나.

늘 시련에 담근 질 한 몸으로 말하리라 했건만 아직도 화를 냄에

나의 정당성이 앞서가니 평정심이 실망시키고

모두를 용서하고 용서 받으리라는 생각에도 타협에 갈등한다.

수도자도 아닐진대........,

성실한 삶.

그것이 수도라 변명하고 오늘도 산사에서 이방인처럼 돌다

법당에 머리박고 업장소멸 빌어본다.

벌써 가을 낙엽인가 병들어 지친 사석의 몸인가

성급하게 길가에 뒹구는 입새들은 그들의 의지로 가는 건가.

아님 남은 입새와 모체인 나무를 위해 가야하는가

몇 번의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과의 이별에서

나도 이제 죽음과 뭔가 타협을 생각해보게 된다.

죽음에 공포는 아마도 오래전에 엷어졌다.

아니 오히려 재촉하려 이유 있는 응석을 부렸다

무작정 그러면 끝이라 생각하기를 얼마나 이었었던가.

사석이 감정이 있다면 환경을 보고 자신의 능력을 비추어 보아

자신의 생사를 관장하는 이의 유 무능에 관계없이 직감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모든 버려진다는 마음들이 그럴지도 모른다.

과거를 잊고 현실에서 필요성만 가늠하여 노고를 열정을 진심을 그 모두를

가벼이 본다면 그것은 모두 사석이 되는 것이다. 아님 벌써 폐석인지도.

노을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그때는 노을이 멀리서 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제 노을이 친근하게 편안하게 느껴짐은 가까이서 친구처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우리의 헤아림대로는 아닌  것은

늘 그렇게 아침에서 저녁으로 기울어 간다고 보았고 일상이 그러 하지만

구름이라는 아니면 해를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 즉 환경에 따라 엄연히 다르다

해를 잠시도 보지 않으면 죽는다 치면 우리도 늘 준비를 해야 되겠지.

설사 환경이 늘 상으로 변하지 않는다 해도 저녁은 어차피 다가오고 있으니

더디게. 

더디게. 

그 더딤에 더디면 갑작스럽게.

이제 죽음을 두렵지 않게 예약하고 나는 산사로 산책길에 나설 것이다.

실상(實相)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지 못한다 해도 느낄 수는 있다

할머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산사를 찾아 나선지 어언 3년에 108사찰을 끝내고

이제 그 어떤 것도 기약하지 않고 편안한 걸음으로 다시 나선다.

2부라 하고 시작하는 첫 걸음에 실상사를 찾았고

지금이 실상이라면 영원을 바라는 마음은 익숙한 탓이리라

그 영원하지 않는 실상을 영원으로 남길 수 있는 길을 나름 생각하다

신세진 세상과 삶에 재활용품을 최대한 남기고 쓰레기를 최소화 한다는 생각으로

불교재단에 장기기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할애 시간들을 성실하게 살면서 언젠가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이

또 그를 기억해 줄 이를 만들고 또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다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실상은 세상에 작은 존재함이 되지 않을까.

어머님이 걱정 하실까봐 말씀 드리지 않고 그래도 만약을 위해 막내에게 의논해

우리 행정상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니 부탁을 했다.

처음 왠지 모를 상실감에서 한참을 망설였으나 이제 평온을 찾았고

살아있는 동안 성실하려던 생각과 몸으로 말하려던 진실의 파편들이

모두 쓰레기가 되지 않고 꼭 필요한 이에게 2% 모자람이라도 채워

나 떠난 뒤에도 기억되어 남아있다면 죽음도 그리 슬프지 않게 되었다.

유사시 필요한 모든 장기는 기증하고 남은 가시와 가죽은 깨끗이 태워

내 마지막 다녀 온 산사 길에 뿌려주면 내 앞선 이와 더불어 뒤따르는

이들을 바라보며 행복하리라 전했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들이 더욱 소중해졌다.

또 빌려 쓰는 시간들이 되었고 보시를 하였는데 보시를 받고 말았다.

그렇게 실상사에서 산사 2부를 시작하고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당신을 위한다고 걸망지고 나선 길이 공덕 쌓고 호사하니 어찌 아니 고마우랴

걸음마다 그리움이요 기억마다 죄스러움이고 일배 일배 엎드리니 서러움이네

송골송골 맺힌 땀에 나쁜 생각 밀어내고 좋은 생각 일으켜서 108번뇌 지워내고

업장소멸 다하여서 당신의 평생염원 선함으로 이루리다.

할매 

고맙소,

잘 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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