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병영문학상 이기한 일병 등 선정

[서울신문]올해도 병영에서 등단의 벽을 넘은 3명의 ‘문인’ 장병이 탄생했다.
국방부는 28일 제4회 병영문학상 수상작 18편을 선정,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시·소설·수필 등 3개 부문 최우상 수상자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록되는 동시에 문인으로 정식 등단이 인정되는 등 민간의 ‘신춘문예’ 당선자와 같은 혜택을 받는다.

국방부는 이날 시·단편소설·수필 등 3개 부문에 응모한 총 8083편 가운데 시 부문에서 이기한 일병의 ‘사랑니에 대하여’를,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김인학 일병의 ‘외톨박이’를, 수필 부문에선 김한준 병장의 ‘콩 대궁과 방울 토마토’를 각각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각 부문 최우수상 당선작은 한국문인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문학’에 발표되고, 우수상·가작·입선작 등과 함께 2권의 작품집으로도 발간된다.
한편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병영문학상은 국방부가 장병들의 정서 함양과 근무 의욕 고취를 위해 매년 실시해오고 있는 행사로, 오는 10월7일 시상식을 갖는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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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학상 심사를 마치고

<詩> 
                                         심사위원         申世薰 ,         심상운

수준이 높아 뽑기에도 어려워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 136편 중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30여 편을 선정한 후, 한편 한편 심사숙고하며 읽어본 결과 최우수작으로 ｢사랑니에 대하여｣(일병 이기한, 702특공대)를, 우수작으로 ｢국수역｣ ｢자전거와 달｣, 그리고 가작으로 ｢날카롭게 깨어진｣ ｢임진강에서｣ ｢부생｣을 선정하고 ｢비밀의 관물대｣와 ｢초록빛｣은 선외가작으로 뽑았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사랑니에 대하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장 과정을 참신한 비유의 언어에 담아서 드러낸 것이 좋았다.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눈이 매우 맑고 밝다. 그리고 시상의 전개나 응축이 능숙하고 활달하였으며, 시어의 쓰임이 비교적 적절하여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사랑니가 아프게/붉은 잇몸을 뚫고 나오듯/우리의 뜨거운 사랑도 아픔만큼 키우고/이제 내 스물의 우거진 숲으로 난/작은 오솔길 따라 조국의 산하도 더러 보고/구부정한 아버지 등 뒤로 내리는 저녁놀도 보면서” 등의 구절은 쉽게 쓰여진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시인의 언어 수련과 내적 사유가 들어 있다. 그래서 기초가 잘 다져진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우수작에 선정된 ｢국수역｣은 서정의 깊이와 넓이가 넉넉하게 담긴 작품이다. 조용한 시골역의 풍경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삶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역량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시상에 대한 집중력과 언어의 응축과 절제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이런 점만 극복하면 앞으로 큰 주제의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자전거와 달｣은 시상이 밝고 경쾌하고 그것을 담은 언어도 신선하지만 앞의 두 편에 비해서 주제의식이 약해 뒤로 밀렸다. 그러나 언어의 응축과 절제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가작으로 뽑힌 시들은 앞의 시들에 비해 시상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진다. ｢날카롭게 깨어진｣은 시인의 내면의식 속에 투영된 병영 생활의 모습이 이미지로 담겨 있어 인상적이다. ｢임진강에서｣는 조국의 현실을 응시하는 병사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 ｢부생｣은 시상을 좀 더 간추리면 더 좋았겠다. 선외가작으로 뽑힌 ｢비밀의 관물대｣는 병영 생활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진 시상이 재미있었고, ｢초록빛｣은 시적 감각은 좋으나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응모된 시작품들의 수준은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모두 열심히 쓴 좋은 작품을 보내 주어 작품 선정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응모에 참여한 모든 푸른 제복들의 행운을 빈다. 

당선소감｜詩
사랑니로 풀어낸 부끄러운 나의 독백
이기한 일병 / 제702특공연대 2대대 본부중대

어느 날, 부족한 나에게 갑자기 뜻하지도 않은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입대하기 전부터 취미 삼아 수첩에 메모해 두었던 시가 이번 제4회 병영문학상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된 나는 시간 날 때마다 부대에서도 책을 접하게 되었고, 대대장님께서도 좋은 책들을 추천해 주셨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있어, 시는 체험이고 독백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그런 나의 아린 속내를 한 편의 시에 독백처럼 쏟았다.
이제껏 보이지 않던 세상, 처음으로 보는 눈을 뜨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니로 풀어낸 부끄러운 나의 독백을 아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더 큰 믿음으로 열심히 정진하여 스스로에게 매운 채찍을 아끼지 않을 약속을 드린다.
그리고 항상 나를 믿고 지켜봐 주신 대대장님과 대대원 여러분들과 함께 이 큰 기쁨을 나누고 싶다. 얼마 전에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전역하게 된 부대원을 도와줄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며 나 자신과의 작은 약속도 지키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끝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한 달 늦게 입대한 동생 장한이에게도 철 지난 안부를 드리며 이만 부끄러운 나의 소감을 마친다.



[2005년 10월 17일 기사]                                
“장관이 선행병사 따뜻한 격려”
 윤광웅 국방부장관, 육군702특공연대 이기한 일병·김상윤(예)일병 초청

윤광웅(尹光雄) 국방부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올해 병영문학상의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전액(200만 원)을 전우를 위해 쾌척한 육군 702특공연대 이기한(李琦漢·21) 일병과 소속 본부 중대장 박은배(朴恩培·26) 중위, 도움을 받은 김상윤(金相潤·22·예비역 일병)씨를 국방부로 초청, 격려했다.

윤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일병에게 치하 서신(2면 게재)과 100만 원의 격려금을,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의가사 제대한 김씨에게도 100만 원의 격려금을 각각 수여했다. 윤장관은 “관계관 보고와 국방일보(10월 8일자) 등의 보도를 통해 이일병의 선행을 알았다”며 “인생의 영원한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이일병을 치하했다.

이일병은 “김일병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수첩에 적어 두었던 습작을 다듬어 병영문학상 문을 두드렸다”며 “누군가를, 특히 함께 근무한 동료를 돕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장관은 “특공부대에서 책을 읽을 시간은 충분히 있느냐” “언제부터 문학에 취미를 붙였느냐” 등을 물으며 부대 분위기와 이일병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이일병 자신도 심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배석한 관계관으로부터 전해 듣고 이일병을 더욱 대견해했다.
이일병은 이에 “어릴 때부터 독서를 하면서 괜찮은 문구 등을 수첩에 적는 습관을 들이며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정이 많은 동료들과 유익하고 재미있게 부대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장관은 이어 김씨에게도 “가정 형편이 어렵고 사회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용기를 갖고 꿋꿋하게 살아 나갈 것을 당부했다.
윤장관은 몇년 전까지 축구선수를 지낸 김씨가 현재 어린이 축구교실에서 임시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김씨의 말에 축구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국방부는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데다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현재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김씨의 형편을 감안, 김씨에게 행정보조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김씨는 또 조모가 당뇨·고혈압·치매 등을 앓고 있으며 동생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갑상선 안병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힘겨운 상황이다.

윤장관은 이날 동석한 이일병의 중대장 박은배 중위에게도 “이같이 가슴 따듯한 선행이 이뤄지도록 부대를 잘 이끌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며 뛰어난 리더십을 치하했다.
윤장관은 학사 출신의 박중위가 두 번씩이나 장기복무를 신청했는데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즉석에서 인사국장에게 장관 ‘특명’으로 박중위가 장기복무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박중위는 부대원들이 만든 것이라며 윤장관의 캐리커처와 이일병 등의 사진, 장관의 ‘파이팅’을 바라는 702특공연대 병사들의 글귀가 새겨진 액자를 윤장관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702특공연대는 부천시·병무청과 협조, 김씨를 7월30일부로 의가사 제대토록 조치했으며 200여만 원을 모금해 연대교회를 통해 매달 생활보조비로 10만원씩 전달해 왔다. 또 소속 대대는 김씨가 전역하기 전 대대 자체 자선 바자회를 열어 126만원의 성금을 마련,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