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때 일어난 생각이 이렇게 생이 마쳐진다면 하고 생각하니

메마른 나의 눈에도 눈물이 돌았구려..

내가 산다는 것은 그저 몸의 인연이 끝나지 않아서 순간이 이어지는 것 뿐이지 실새로는 조금도 연속성이 보장되지는 않죠..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전대 부처님께서는 신여취말 심여풍이라고 하셨습니다만..아직은 말로만 알고 있는 형편이죠.

5학년 3반에 다니다가 문득 소회가 있어서 몇자 적어 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회생활은 알콩달콩 보통사람만큼은 했었었다. 38세 고혈압이 오기전까지는..그전에 교직에 취직하려할때는 13이라는 선천수를 얻었는데 막상 취직을 해서 교직에 있어보니 문득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더라. 그러던중..200이 넘어가는 혈압을 앓고나서 부부간 대판 싸움이 일어나서 고혈압을 치료하는 방법을 논하다가 양약을 먹고..걍 살아라와..또 다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길 하다가 .. 사건이 일어나서 그렇게 환자를 맘대로 하려거던 난 내 맘대로 한다로 결론을 짖고 그만 세상 밖으로 나와 버렸다. 사표를 내던 달을 계산해보니..130개월이었는데..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을..

15년 뒤에 만난 딸에게 한 이야기기 있는데: 수행할 인연이 있는 사람은 어떤 기회가 생겨서 그렇게 가 버리린단 이야기를 전해줄 수는 있었다. 그것도 아버지 장례식장에서의 일이었다. 아들놈은 더 불만이 많아서인지 그저 말도 않고 껌만 질겅질겅 씹다가 헤어졌고..옛날 마나님과는 대화한번 없었다..만약 만난 시간이 길어졌다면 아마 대판 싸움이 장례식장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더 많았겠지..

실은 너희들도 고생이 많았겠지만 나는 정말 고통이 말로다 할 수 없었다. 세상을 38년이나 살다가 늙으막에 도 닦으려 출가를 한다는 것이 실상 쉬워보여도 무쟈게 힘든다는 사실..그런것도 모르고 훌쩍 떠나버린 것이 역시 전에부터 닦아왔던 그 수행의 인연이 와서 그런 것이라고 본다. 도인 밑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야말고 바늘방석위에서 서 있는 것과 진배 없지..특히 밝은 스승 밑에 있다는 것은..더욱 힘든 일이지..

생각하면 다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서 생긴 일이지만 그것도 나의 인연인즉 그렇게 만난 인연의 줄거리들도 역시 그들의 그런 한편의 인연이 있어서 나와 만난 것이다. 그렇게 안다면 굳이 나만 나무랄 것은 아니라고 .. 독립된 인연이 아니라 일어나는 일은 공유되는 인연이 있어서 일이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지..아들하나 딸하나 그들이 아비복이 많은 아이들이었다면 헤어지는 집에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핑게거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나도 당시엔 어쩔 수가 없었지..이제 결혼생활보다 더 긴 출가를 해 버렸으니 옛 생활은 더욱 아득히 꿈만 같구나..

실은 옛날 석가모니부처님도 왕자로서 장가까지 가고서는 어느날 갑자기 인생무상을 느껴서 훌쩍 떠나버렸지 그 유명한 사문유관상.... 이 이야기는 이미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으니 생략한다.

물론 나와 같이 병에 몰려서 그렇게 출가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 나도 언제인가는 그렇게 무상을 느끼는 철든 사람이 되어야 겠다. 이 생에 못 이루면 다음생에 또 ..그렇게 해서 결국 이룰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이라면 나를 밝혀서 득도를 하는 것인데 이것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산다는 것은 연속성이 없어서 어느날 어느때 들이쉰 숨을 내쉬지 못하면 그만이요. 내쉰 숨을 들이쉬지 못하면 역시 그만인 것인데. 득도를 하진 못해도 한발자욱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야지..법성게에 보면 일념즉시 무량겁 무량원겁즉일념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아득하구나 이제 늙어서 흰머리가 숭숭하고 기력은 떨어지고..뭐 그렇게 풀같이 늙어 시들어가는거다..인생이란게 이렇게 곧 시들어 버린다는 것을 조금더 일찍 깨달아서 나를 환히 밝힌다면..그때는 너희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혹 다시 못만날 수도 있다마는 그것은 누구나 같지. 같이 있는것 같아도 결국은 무상풍을 벗어날 수는 없다. 쏘아진 화살이 언제 떨어질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 특이한 수행을 이룬 분들을 제외하고는 .. 물론 동양의 오행론을 정통하면 추론은 가능하겠지만.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가능한 일이고..

할아버지 산소에 물이든 것을 발견해서부터 15년만에 세상과 접촉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인연으로 선달님이 나를 태워 준 일이 있었지.. 그렇게 할머니 산소와 할아버지 산소를 물이 안 드는 곳으로 옮긴 후 아버님이 문득 주무시다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만남이 있었다. 옛날 마나님은 기억나는데 훌쩍 커버린 너희들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지..어릴때의 모습과 커서의 모습이..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너희들과 너희들의 엄마는 수고가 많았구나.. 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인연인것을 .. 인연이 다하면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이지..그것이 생이별이든 사별이든지간에..

문득 어느 비오는 날에 이런 이야길 한번 남겨야 하겠다고 생각했었지..나의 인생 38년은 보통사람과 같았으나 어느날 닥친 수행바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로 인해서 다른 이들이 다 고통에 빠지고 말았지만 그것도 또한 그님들의 인연이라 나로서도 별 수가 없었지. 이제 남은 것이라면 이렇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왔다가 가버리는 인연의 줄기를 거슬러 올라서 나를 밝히면 된다. 현재 나는 일체의 모든 상에 붙들려 있는 상태지 상이 상이 아닌 것을 알면 그저 이 생에 한번 큰소리 하고 가겠다만..아직은 아니다..세상에 널리 이익되는 바람을 일으켜서 홍익인간을 꿈꾼다만 그것도 역시 나를 갈고 닦아서 이룬 뒤에야 이뤄질 것이다. 지금의 현재로서는 내가 너무 부족하여 모두들 받아들이질 못하는구나. 맑고 밝은 바람이 이미 불어왔지만 그들은 아직도 꿈에서 깰 생각을 하질 않는구나. 이제 내가 나를 닦아서 보고 듣고 아는 이 주인공을 깨달아야할 차례지..아직도 갈 길은 구만리장천이지만 이미 출석부에 5학년 3반이 되었구나. 공자님은 이미 지천명을 넘긴 지 3년이 되는 나이지만 난 아직도..입지가 완전히 선 것도 아닌듯 하여..허하단다..

어하튼 이렇게 몇자 적고 나니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무슨 일이 닥쳐도 이것이 남기는 말이 될 수도 있을 듯하여 조금은 덜 섭섭하겠구나.

조금은 질긴 오로의 인연도 역시나 그 끝은 있을 것입니다만 아직은 때가 아닌듯 합니다. 아무쪼록 조금더 건강해지셔서 멋진 생을 영위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조금은 난삽한 회고록을 접습니다. 쓰다보니 아이들에게 남기는 글이 되고 말았지만 실은 젤 미안하기도 하지..그런 맘이 전혀 없진 않단다..하지만 수행한다면 모든 것을 접어야 되는 것이지..양쪽 길을 다 갈 수는 없단다. 그리고 옛날 마님도..ㅎ..나도 몰랐던 나의 운명이라 별 도리가 없었으니 그대도 이렇게 만날 인연의 씨앗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조금은 더 편안해지리라..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