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에 있는 수많은 나를 둘러본다
아니. 저절로 보여진다
슬픔으로 우울한 나는 원치 않는데도 애살떨며 붙어 다니고
기쁨으로 환한 나는 애살 떨어도 새벽닭이 서럽다

외로움을 자죽이며 지친 나를 보듬던 시간속에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다가오는 포기속의 평온
바람속을 거닐고 식은 커피잔을 맴돌리며
노을속으로 날려 보내는 담배연기 같은 고독.

아무도 없어 미치도록 공허한 시간
누구의 위로가 필요치 않아 내던져 버려진 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절규하듯 몸부림치는 네온사인
멍하니 바라보지만 마음은 너만 못하리
고양이 기침에도 가슴이 철렁하여 사방을 둘러 보지만
인적없는 골목길앞 횡단보도의 적막.

반가이 손흔들며 지나가는 동료에게 마주 웃어주지만
이내 쓰러지는 쓸쓸한 나의 미소
횡단보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에 가슴 설레다
또다시 먼산 바라보는 버림받지 않은 외로움

몸부림치던 네온도 하나둘 지쳐 쓰러지고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눈거풀도 이제 꺼져간다
빌시논 창문틈으로 달아나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새벽녁 횡단보도의 고독은 깊어만 간다

실망과 좌절 그리고 인내와 희망
내속에 수많은 내가 소란스럽다
오늘은 어느 나에게 하루를 맡겨 지려나
내 지친몸을 누이면 이내 잠이들고 말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