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해를 맞이했다

늘 아쉬운 마음으로 한해를 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새해는 마음만 들뜬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니 너무 가슴 아픈 이별만 했다는 생각뿐이다

정초에 반세기를 같이하고 한 세기를 살다 가신 우리 할머니가 그러하고

설날임에도 천릿길을 달려와 텅 빈 빈소를 혼자서 가득 채워주고 가더니

두어 달 만에 영원히 떠나버린 만석님이 그러하다

두 분 모두 나에게 특별한 사람들이었기에 상실감은 너무 컸고

지난 일 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초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흐릿하다

얻었다면 오랜 원수. 아니 평생 원수였던 아버지와 화해의 계기였나 싶다

할머님을 보내드리고 나면 한동안은 평화로우리라 했건만 그것도 잠시.

천륜을 받아 드리고 그 후로 이어지는 간병생활은 평생의 업이 되어 버렸고

어머님과 나는 서로를 위로하며 하늘을 보고 허허롭게 웃는다.

 

그렇게 인연은 떠나가고 돌아오고 머물고 하는 것인가.

한해가 끝나갈 무렵 두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양식을 받았는데.

입으로 먹을 것과 머리로 먹을 것 두 가지를.

하나는 용마5임께서 부모님께 드리라고 고급 찹쌀떡을 한 상자나 보내셨고

한 분은 무지의 허기를 채우라고 책을 보내셨다.

신묘년 일 년 동안 필히 깨우치라는 엄명 하에 한문책을.

가슴 따뜻해지는 손길에 새해를 정과 사랑을 받으며 시작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잃어가고 있다.

다만 그 소진하는 방법과 결과에 서로의 견해가 다를 뿐.

어차피 인연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나 역시 그들의 인연이니

탓할 것도 원망 할 것도 없다

내가 바라는 만큼이나 나도 해주어야하지 않겠나.

바램이 채워지지 않는다 해서 내 도리마저 변명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며

내가 최선을 다하였다면 나의 인연도 최선을 다하였다고 믿어주어야 한다.

늘 다짐으로 시작하지만 늘 아쉬움으로 마감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서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하려한다.

이제 올 한해는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신세 갚고.

그것만으로도 할 일이 많은 한해가 되겠다.

때로는 일확천금을 받고 싶을 때도 있고 모두에게서 달아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로서 이루어지는 인연들의 공간을 비워서는 안 되니 의무는 지켜야한다.

나의 인연들이 나에게 하듯이.

인생을 여행처럼 말하는 이 있지만 나는 울력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지만 죽어 가듯이 얻은 것이 곧 잃는 것인지 모른다.

이미 사회와 인연들이 존속하는 틈바구니에 끼어들었으니 주어진 권리도 있겠지만

의무와 도리가 더 많고 그것이 모든 것에 앞서 요구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세상이 해주지 않아도 나는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고치려하지도 않기로 한다.

모범으로 임하고 그리고 나의 인연들이 그러길 바래야한다

모두가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인연에 감사하는 나날이 될 것이다

올 한해 내가 인연들에 행하는 울력에 게으르지 않기를 바래보며 마음을 추스런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인연들과 다른 인연의 인연들에게 안녕을 빌어본다.

모두 행복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