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로그램에 공무원이 나와서

마이스터 고교에 관한 안내를 한다.

이전의 상고나 공고 등을 과학고, 외고 등과 같은 전문적 특성교육으로 수준을 높이겠다는 말이다..

마이스터는 아마도 독일어를 빌어온 모양인데

고교시절이면 아직 세상의 모습을 알 기회가 없었으니 지금의 입시과목들처럼 복잡한 것을 감당하기엔 벅찬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타고난 성향에 따라서 10대에 먼저 전문적 연수를 겪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스무 살 이후에도 다시, 혹은 직업인이 된 후에도 학력에 관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축구에 취미가 있는 사람은 어려서 축구를 주로 하다가, 그 일을 매개로 세상과 자신을 알아가다가 보면

다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발달하고나서 다시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인생에서 2회 내지 3회의 순환이 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느껴진다..

어제는 지혜학교라는 곳의 학생모집공고를 신문에서 보았는데

며칠 전에 보고서 오늘 다시 본 것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그런 학교가 있었다..

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중고교라는데, 안정적 기획을 가지고 출범한 듯해보였다..

대안학교라고 하지만, 요즘은 대안학교들도 상당히 많아졌으니, 시간이 흐르면 또 하나의 길로 안정화되어갈 것이다..

조선조의 서당에선 4서만 가르쳤고, 서양의 라틴어학교는 서양고전만 가르쳤겠지만

요즘에 중고교 철학과정을 기획한다면, 동서고금의 지혜를 여유를 두고 망라할 수도 있을 것이니

산다는 게 궁금한 어린 싯달타들이 모여서, 그들의 궁금증과 고민을 당연한 일부로서 탐구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에 수레바퀴밑에서 같은 소설을 보면서 주인공의 마음에 많은 공감이 갔던 기억이 지금도 있다.

작품 속의 한스가 지금 한국의 상황이라면 상당히 다른 양태를 하게 될 것인데

그런 식의 고민이 바로 지혜의 단서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많은 고민하는 청춘들의 자질이 소중하게 활용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안학교로는 지리산고등학교가 방송 등을 통하여 성과있게 알려졌는데

바둑과 같은 경우에도 전문적 중고교가 성립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지금 연구생제도는 프로입문에만 치중되어 있지만, 아마 연구생들 대부분도 일반 고교에 다닐 것을 생각해보면

아예, 바둑중고교가 있다면, 그 특성에 맞게 운영할 수도 있을까 궁금해졌다..

지금 우리가 익숙한 것은 다만 승부와 바둑수준이지만, 접근을 달리하면 바둑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가령 바둑을 수행법으로 접근하게 되면, 다도와 비슷하게도, 그 바둑적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바둑을 두는 자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불교에는 4념처관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심신의 모든 작용을 바라보는 것이 인식이나 의식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발상이다..

다도 같은 경우에도, 차와 연관된 모든 상황을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기인식을 높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우리가 익숙한 식의 바둑과는 다른 것이 된다..

바둑의 내용이라는 소위 경계가 문제가 아니라 바둑을 두는 자기자신이 문제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만약 바둑이 좋기도 하고, 세상구경도 하고싶은 경우라면

전문적 바둑교육과 더불어, 중고교 과정을 통하여 외국어 하나 정도를 숙달하게 되면

지구촌에 바둑을 보급하면서 인생을 가꾸는 꿈을 꾸는 영혼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라는 곳에서 냉정하게 필요한 일을 살펴보면, 생존을 위해서 두 끼니의 밥을 먹는 일 이외엔

관념에 따라서 다양한 생활의 모습이 가능하다.. 세상이 어떻고 풍토가 어떻다는것은 인간들의 집단관념이 달라지면 얼마든 다를 수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지금의 생활방식이나 교육방식은 대체로 근거가 부실한 측면이 많아서

어린 영혼들에게 부담가는 측면이 많을 것인데

다양한 과정이 주어지고 그것이 모두 정당한 생의 과정으로 공인될 수 있다면

어린 한스들의 과도한 괴로움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괴로움이 정신이나 영혼에 각성의 효과가 있긴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좀 곤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4대문에 늘어선 생로병사의 현실에 당혹해진 인도왕자의 이야기는

수레바퀴 아래에 깔린 한스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산다는 게 무언지에 대한 보편적 궁금증과 괴로움의 신화적 구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棹穿 海底月(도천 파저월)  노(棹)는 물결 아래 달을 뚫고

船壓 水中天(선압 수중천)  배는 물 속 하늘을 누르네

** 파저월과 수중천의 상상력 혹은 영상미가 멋지다.. 감사합니다..

** 댓글 쓰기가 아직 안되니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