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 나가라고 살짝 열어둔 창문가로 빼꼬미 봄바람이 기웃거린다.

아직은 소슬한 듯하지만 그래도 냉기는 많이 가신듯 한 것이

서슬 퍼런 시어머니의 미소 같은 어색한 봄바람이지만 사뭇 정겹다

그래.

이제는 따뜻한 봄이 올 것이고 움츠린 모든 것들이 활짝 기지개를 펼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들도 봄바람에 녹아내리고 성급한 꽃 봉우리 터트리듯

길가에 웃음들로 가득해지기를 바라며 나부터 얼굴을 펴고 웃음 짓기를 해본다.

^^*

사는 것은 갈수록 팍팍하지만 마음은 잠시라도 넉넉하다

봄이 주는 막연한 희망이라 할 수 있고 뭔가를 새로이 시작하는 기대도 있다

학창시절 새 학기가 그랬고 지금의 나이에도 봄은 뭔가를 계획하고 시작하고

그리고 그렇게 하는 주변의 분산한 모든 것에서 한층 마음이 들뜬다.

새싹이 그렇고. 화사한 꽃들이 그렇고. 유치원 노랑병아리들의 외출도 그렇다.

안쓰럽긴 하지만 성급한 멋쟁이들의 옷차림이 그렇고 봄맞이 세일 홍보도 그렇다

모두가 봄을 찬양하고 베풀고 나누려하고 있다.

매일이 봄이라면 우리는 가난할까 부자일까.

아마도 나는 모두가 부자라고 그럴 것이라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내가 따뜻하고 편안한데 굳이 지키고 빼앗고 할 필요가 없고 여유가 있으니

무엇이든 나눌 수 있을 테니까.

부유한 가난뱅이는 더 채우려하는 욕심만큼 가난한 것이요

가난한 부자는 있는 것으로 감사하니 모자람이 없어 부자인 것이다.

겨울을 난 봄은 그것으로도 행복한데 곳곳에서 희망을 싹틔우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다다음주에 평생 간병 전우인 어머님 생신이 들어있다

이 봄날에.

나를 마음부자로 만들어 따뜻하고 여유롭고 희망으로 기다려지게 하는 약속을 하였다.

포항으로 달려가 탁 터인 바다에서 새봄을 맞고 좋아하시는 회를 실컷 드시게 하리라

그리고 몇 번의 약속에도 던 때문에 안 가신다는 말씀으로 평생 미루어 오던 소원하나

마당놀이를 관람하는 것이다.

막내 내외와 조카 그리고 우렁각시와 동행하자는 말씀에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실로 오랜만에 가족끼리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76세의 쭈글쭈글한 얼굴을. 굽은 허리를. 세파와 가난과 간병으로 찌든 그 언 마음을

이 봄날 마당놀이와 회 한 접시로 가뿐한 봄 처녀로 만든 것이다.

이런 것인데.

이 봄날에 나는 작은 약속으로 꽃보다 앞서 어머님의 마음 꽃을 피워드렸다

아직 행하지도 않은 약속으로 공치사부터 전하는 것은

늘 마음뿐으로 안타까운 많은 이들의 언 마음에 어색한 봄바람을 피워 보시라 전하고

언제나 마음은 행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하는 냉동 씨앗이니 녹여 보시라 권하고

그 대상이 무엇이든 여러분이 봄이 된다면 녹아내릴 것이라 전하고 싶어서다

아름다운 이 봄날에 모두가 봄이 되고 봄바람이 되어 세상을 녹여보자는 것이니
여러분들도 봄약속 하나씩 해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