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무렵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인지 잘 모르겠지만

중동이라는 말이나 근동이라는 말 등으로 부적응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중,이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인데, 이스라엘이나 이집트 등이 있는 지역이 왜 중동인지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동쪽에 무슨 가운데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근동이라는 말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근동이라는 것은 터키 일대를 말하는 셈인데

유럽 대륙을 경계로 아시아로 넘어오면 제일 가까운 곳이라서 그래서 근동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근동이라는 말과 소아시아라는 말이 아마도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그 소아시아라는 말도 참 오래 적응이 안되었던 것 같다..

그게 왜 작은 아시아이고, 왜 그런 이름이 붙어야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 생각해보면, 지중해의 동쪽 끝에 붙은 지역이니 작은 아시아,라고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시아의 첨단, 혹은 유럽 속의 아시아이니까 말이다..

극동이라는 말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이해가 잘 되었던 것 같다..

중국은 너무 넓어서 좀 극동이라고 하기가 그렇지만, 일본이나 우리는

서쪽에서 보기엔 동쪽 끝인 셈이니까 극동이라고 할 만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 또 이상하게 느낀 것은 미국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극동이라고 지칭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극동지역 담당 운운하는 말이 뉴스에서 들렸던 것 같다..

미국과 우리를 놓고 보면 우리가 서쪽에 있으니까 미국사람들은 그렇게 부를 입장이 아니었는데

그들이 극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바로 쳐다보는 나라를 왜 극동이라고 하는 지 참 이해가 안되었었던 것 같다..

요즘 가끔 생각해보면 이런 용어상의 혼란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그러니까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가까운 곳이 근동이 되고, 중국부터는 극동, 즉 far east가 되고

그 중간은 중동, middle east가 되는 셈이다.. 소아시아는 아마도, 유럽 지역 안에 있는 아시아,라고 해서 소아시아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인천에 있는 화교밀집 지역을 두고 차이나 타운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좀 큰 규모로보면 소아시아는 유럽의 아시아타운이었던 셈이다..

미국에서 아직도 우리쪽을 극동이라고 부르기도 할텐데 좀 이상한 그림이다.. 서쪽에 있는 나라를 동쪽도 아니고 극동, 즉 먼 동쪽이라고 굳이 부르다니 말이다..

미국은 원래 유럽의 신대륙이었으니 구대륙의 용어를 따라갔겠지만, 애초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먼저 알았던 내가 그들의 용어에 적응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

그러고보니 이런 문제를 다룬 글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이제사 나도 좀 그림이 나온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전해들을 때에 이런 용어도 그냥 받아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좀 부조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새삼스런 이타주의도 아니고, 나를 남의 입장에서 바라보다니...

나를 남의 입장에서 본다고 표현하니까 좀 그럴듯하긴 하군.. ^^

글쓰는 사이에 지구 한 바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