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

흔히 말하는 잘못된 모성애가 빚어낸 정서 장애아를 일컫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부인의 말로는 남편이 그렇다고 했다

지금껏 20여년의 결혼생활동안 부인은 여자로서의 역할 보다 보호자로서의

역할이 더 많았고 항상 응석을 받아주고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했고 남편의 기분을 살펴봐야 했단다.

일반적인 남편들은 바깥일을 알려고 하면 대개 거부감을 느끼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무관심으로 간주하며 일일이 풀어놓고 자기가 옳다는

얘기를 듣기 좋아해서 남편이 욕하면 같이 욕하고 남편이 좋아하면 칭찬하고

또 원하면 모두 초대해서 파티를 열어주어야 했다고.

연상의 여인을 좋아했고 누님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뭔가 어색하다 했더니 두 사람의 분위기가 팔공 씨가 예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미모의 아리따운 여인인줄 알았는데 중년을 훨씬 넘긴 여인이 진한 화장에다가

치렁치렁한 액세서리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선달이가 뭔가 재잘 거리며 따라가고 여인은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가

엉덩이를 토닥여 주기도 하고 갑자기 와락 안아주고 두 볼을 비벼주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진짜 모자간이나 남매간으로 보일 정도였다

얼굴이 동안에다 핸섬한 선달이는 나이보다 어려 보이고 상대는 50대로 보이는

여인인지라 사실 뭐라 의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팔공 씨도 부인에게 인상착의를 말하며 별일 아닌 것 같다고 말했으나 알고보니

두 사람 모두 부인이 잘 아는 사이고 여인도 부인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란다.

그 여인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고향 선배의 부인이고 그 선배는 선원인데

가끔씩 오면 열흘에서 많게는 몇 달씩 있다 가는데 나가면 보통 6개월 정도다

고향 선배는 머물 때는 선달이 내외를 자주 불러 시간을 보내고 자기 부인을

부탁하곤 하였으며 가끔씩 찾아가 어울려주는 선달이 내외를 고마워했다

뱃사람답지 않게 온화한 성품의 선배와 좀 덜렁대지만 순박한 부인도 좋았단다.

남편은 형수라 부르며 어리광을 피웠고 형수도 잘 받아 주었단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유독 자신에게 애정을 갈구하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인가

트러블이 잦아지고 그럴 때는 그 집에 찾아가 술을 마시곤 했다

처음엔 그 여인이 전화가 와서 알려 주었다고 한다.

“ 또 싸웠어 ? 삼촌 술 한 잔하고 있으니 걱정 마. 내가 달래 보낼게.

“자기도 건너와. 이렇게 마지못해 서로 화해하는 일이 몇 번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부턴가 다툰 후 연락이 없어서 집으로 전화를 하니 거기 있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받았고 자신을 책망할 때도 있었다고 하면서

그때는 남편을 달래기 위해서 형님이 들으라고 그랬거니 했단다.

그러다 요 근래 두 사람의 동행 외출이 잦았고 이제는 아예 비밀로 한단다.

오늘도 남편이 먼저 나가고 형님이 집에 와서 차 한 잔하고 볼일 있다고 갔단다.

모든 정황을 보아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지금 따로 나온 사람들이 만나서

의심스런 곳에서 부자연스런 애정행각을 하면서 의혹의 장소로 오르니 이야말로

더 설명이 필요 없었다. 팔공 씨는 기다리는 부인에게 전화를 하였고 부인은 바로

택시를 타고 팔공산 한티재주유소로 오기로 했다

물론 포상금 30만냥과 오늘 일당을 지참하고 오겠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건방지게 의자를 뒤로 젖히고 핸들에 다리를 걸쳐두고 단골대폿집에 전화를 건다.

마담. 나야.

오늘 말이야 동생들하고 갈 테니까 목욕하고 기다려.

어머...!! 뭔 좋은 일 있었어요. ?

아 아 ! 뭔. 여자가 바깥일에 쯔쯔쯔.

아! 네네네 저야 뭐... 근데 안주는 뭘루?

이런 여편네하고는 내가 기분 좋을 땐 뭐로 하는지 몰러?

아..!!! 앗사 가오리.!

그려. 그려 인제 좀 돌아가는군.

전화기 저편에서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라 쿵작

엽저~언 여~얼 다아~안냥.

그려 오늘 저녁에 젓가락 장단에 목구멍 때나 벗겨보자꾸나

엽저~언 여~얼... 하다가 팔공 씨는 화들짝 놀란다.

이기 뭐꼬?

한 시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두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닌데. 아닌데 이기 아닌데?

저것들은 토끼가 원숭이가 ? 그새?

아직 부인은 안 오고 다시 따라 갈수도 없고 팔공 씨는 난감해졌다

지금 같으면 따라 가면서 동영상 중계도 가능 하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삐삐가 핵폭탄 배달꾼의 손으로 넘어 갈 즈음이라 휴대폰은 보급 단계고

특히 여자가 휴대폰이란 상상 할 수없는 시기였으니 달리 연락 방법도 없다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불과 몇 분사이지만 뭔 대책이 있겠나.

이윽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동생들을 급히 따라 붙인다.

팔공 씨는 주유소에서 부인을 기다려야 했고 선달이가 난전에 강하고 형세판단도

빠르니 멀찌감치서 두텁게 따라가서 행선지를 알아놓으라 일렀을 뿐이다

뭔가 꼬인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혹시나 하는 맘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10여분 기다리는 게 몇 시간 같았고 부인을 마주하자 더욱 황당하다

옆에는 준수한 얼굴의 건장한 젊은이가 동행했고 부인은 팔공 씨를 따로 불렀다.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동안 힐끔거리며 쳐다본 젊은이의 단호한 얼굴에

괜히 팔공 씨가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부인은 흰 봉투를 내밀며 말한다.

“ 제가 혼자 올 자신이 없어서 큰애를 데려 왔습니다. 어저께 의논 했어요.

이제 어느 정도 확인도 되었고요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둘이 만나기전에 우리 집에 와서 차까지 마시고 가는 게 감정정리 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밑바닥은 안보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도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고 고개 숙이자 젊은이도 가볍게 묵례를 한다.

어떨결에 묵례를 하고 보낸 뒤에 봉투를 매만져 본다.

아니 이야기하는 동안 시종 만지작거리며 두께를 가늠했다는 게 사실일 것이다

30만냥은 될듯하다 생각보다 많아서 팔공 씨는 흐뭇했으나 개운하지는 않았다

그래 뭐. 세상이 그러니 어쩌겠나. 남의 일이라 울적함도 잠시 전화벨이 울린다.

“ 저..형님 있잖아요. 동전도 얼마 없어서 ...

“ 됐어. 상황 끝이야 철수해

“ 그러면? 우째 ?

“ 쟈샤 내가 흙 묻은 말 주워 담디?  은행 들렀다 갈 테니 그쪽으로 와

" 아 ! 예  형님 그럼 거기서...철커덩

팔공 씨는 어차피 낼 건데 생색이나 내자 싶어서 작전은 실패지만 약속은 지킨다.

그래서 은행에서 현금 서비스 받는다 했던 것이다

저녁에 대폿집에서 세상을 탓하며 동생들과 장황한 영웅담으로 질펀 거리다가

거나하게 취하자 한 놈이 말한다.

“ 형님 형수님 뵌 지도 오랜데 보고 싶네요. 집으로 쳐들어 가이시더.

순간 .우당탕 술상이 엎어지고 팔공 씨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이 십새끼가 뭐라카노.?

부끄럽습니다 ^^::

하지만 여기까지 오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철푸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