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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破紙)
2009-01-30 오전 2:17 조회 4387추천 17   프린트｜스크랩
 

 

파지(破紙)


전단지처럼 어지럽게 쌓여가는 파지를 보며 생각했네 버려야 할 것이 많아진 나이, 길(道)로 치면 모퉁이라네 그래서 더 쓸쓸한지도, 빈 옆구리가 자꾸 꺾이면 속도를 놓쳐버리고 말지 안개가 걷혀도 역시 모퉁이, 아찔한 취기가 도네 현기증이라네 언제 이 많은 문장들을 마구잡이로 써갈긴 것일까 기웃기웃 들여다 보니 누더기 같은 종이 한 장 한 장 마다 술냄새가 났다네 아흐, 이것 보다 차라리 개밥그릇이 나아

단물 빠진 껌을 씹으며 파지를 태우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네 파지는 재로 바람에 흩어지고 허공을 떠도는 연기는 내 가슴에 안개로 자욱했지 마음을 확 끄는 그런 시 한 편 신기루처럼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면 투명테이프로 꼭꼭 붙여두겠는데 요놈의 감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니 버려진 파지들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네 불발이 된 파지가 폐허처럼 이내 잠들어도 아차, 뒤돌아보면 나는 다시 파지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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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빤야 ｜  2009-01-30 오전 3:10: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고귀한 자아를 깨워 훌륭한 시를 쓰심이 ..... 나의 파지도 한짐인데 ....고물상에 갔다주면
좋아하는 사람있겠구나  
오로묵시록 ｜  2009-01-30 오전 6:49: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버려야 할 것이 많아진 나이>... 이 한줄이 눈에 밟혀 댓글 한줄 남깁니다.
신기루처럼 나타난 시 한편을 꽁꽁 붙여둘 투명 테으프도 갖고 있지 못하고, 감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런낸 나같은 사람이 감히 님의 세계속으로 들어가 댓글 남긴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지요.... 늘 건필 하십시오  
오향만석 ｜  2009-01-30 오전 7:27: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인생은 어쩌면 파지보다 더 나을것도 없으이.....죽음이라는 허무만 남겨둔 인생  
youngpan 날때부터 쏘아진 화살..그리고..파지가 생기드라도 그것이 창조하는 과정..산통이 없으면 안 되겠죠.. 그럴때는 나름 조용히 술 한잔 얕게 걸치고 .. 명상에 빠져보는 것도..아님..심심 속으로 수를 숨 뱉을 때마다 세시고 또 잊어버리면 다시 세시고..한다면 어쩜 ..파지가 줄어들지도..모르죠..이른바 수식관법입니다. 종교와는 관계없는.. 조용히 생각을 가라앉히는 방법입니다.
당근돼지 ｜  2009-01-30 오전 9:43: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버려야 할 것이 많아진 나이........지난날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팔공선달 ｜  2009-01-30 오전 11:08: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  
천문인 ｜  2009-01-30 오전 11:30: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파지에서 이런 시를 뽑아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멀리보며 ｜  2009-01-30 오전 11:57: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결혼전에 써 두었던 일기를 태워 버리면서 맴이 아팠는데, 파지도 그러하겠지요?
그래도 같이한 동반자였는데, 버리려니 내살 떼어 내는 일일겝니다.  
독왕전설 안녕하세요^^ 제가 옆에서 보기에 넘 하다싶어서 제 딴에는 마음을 좀 가라앉히시라고 썼는데 워낙 글재주가 없어서 그리보이셧나봅니다.편가르기로 보이셨다니 죄송할뿐입니다 오해푸십시요^^
독왕전설 ｜  2009-01-30 오후 2:30: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로에서 제가 존경하는 오로묵시록님도 댓글 남기기가 어렵다는데..
제가 그동안 너무 주제넘게 나섯나봅니다 자중하겠습니다
앞으로 감상만할테니 좋은 음악과 글 많이 올려주시구요 늘 건필 하세요^^  
달선공팔 ｜  2009-01-30 오후 5:06: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놈의 감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니 버려진 파지들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네>

마음을 놓으시고... 시간이 흐르면 감정은 자연스레 채워질 거입니다욤^^  
소라네 ｜  2009-01-30 오후 7:35: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詩人은 詩語로 표현하는것이 정말 좋군요^^ 번다한 일일랑 잊으시고 詩를 계속 선보여주시기를 기다립니다^^  
유프라테 ｜  2009-01-30 오후 8:44: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난 겨울 ..(겨울 다 보내버린거..?ㅎㅎ) ..
격병님의 시를 읽으며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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