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20, 승부수

승부수는 던졌다.

어제 오후 본사에 불려 다녀온 소장과 행정 대리는 점심 무렵에나 병원에 나왔다.

점심 후 들린 사무실에서 소장과 대화한다.

본사 권 팀장이 나와 면담을 하고 결과를 알리라 했단다.

S대 병원에 본사나 C의료원 소장이나 대리는 아무도 관리자가 안 나가고 팀장으로 한 명이 가게 되었는데 갈 의사가 있느냐 묻는다.

위의 지시에 따르겠지만 제 개인의사는 용인 집과 가까워 기회가 되면 가고 싶습니다. 명확히 밝힌다.

의외라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젊은 소장은 반장님께서 가시려 할 줄은 몰랐다 얘기한다.

본사에 그리 보고 하겠다기에 병원 현장으로 나선다. 조금 뒤 바로 전화가 온다. 행정 대리는 이력서를 다시 써 달란다. 어차피 본사에서 관리하는 같은 회사의 현장만 다를 뿐인데 이런 절차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써 놓고 돌아선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만난 직원들은 벌써 소문이 돌았는지 인사를 한다.

퇴근길에 다시 소장과 얘기를 나눈다.

서류 보낸 것은 일단 통과 됐는데 내주에 다시 S대에 가서 면접을 보게 될 것이란다.

총무 팀 에서 도급업체 팀장 면접까지 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지만 연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가만히 듣고 있는다.

제가 끝까지 보필을 못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자

소장은 아직 그렇게 단정적으로 생각하지마세요 한다.

내가 없으면 여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라며 덕담인지 얘기하지만 안 먹던 떡도 남 주기는 아까운 마음이겠지 싶다.

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박차고 나서는 내 습관은 영원한 유목민일까?

끊임없이 도토리를 주워 먹어도 항시 배고프다는 원숭이일까?

여우도 죽을 때는 제 살던 굴로 고개를 향한다 듯이 처의 곁으로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보려는 본능일까?

사실 어쨌든 서울을 벗어나 시골로 향하는 것은 낙향인 듯싶어 아직 망설여지기도 했다.

아직도 젊은 시절의 입신양명의 마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 하는 것일까?

승부수는 던졌지만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여태껏도 기다렸듯이 또 기다리면 내 주 중엔 결판이 나겠지.

약국 옆 적하장 에서 집으로 전화를 해 간략히 얘기한다.

너무 성급한 것일까?

모르겠다. 오늘은 혼자 화려한 외식 나의 함바집을 가 볼까?

윙글치킨에 맥주를 한 잔 먹어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