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벚꽃 만발한 송추계곡을 함께 오르며 문학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얘기하면서 이제 남은 인생은 글쓰기 공부 하면서 살고 싶다고 얘기 했었다

육중한 몸매가 부담스러워 한없이 힘들어 하면서도 작은 꽃잎에 발길 멈추고

카메라를 터트리고 벚꽃 만발한 곳에선 억센 팔로 나를 잡아당겨 기어코 한방 찍는다.

“ 저격병님 시가 참 좋아서 흉내 내고 있는데 잘 안되더구먼.”

쑥스러워 하면서도 다시 장르를 구분 없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을

얘기하며 때로는 나작과 광장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던 사람.

좀 더 좋은 사진으로 기우님들을 만나고 싶다고 박봉을 울며불며 한탄하던 이가 카

드를 난도질하여(아마도 12번은...) ^^ 고급 카메라도 새로 구입하며 오직 글쓰기를

사랑했던 사람. 하지만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 했는가.

그의 애정이 삐끗하고 헛발을 디디자 주변에서 그의 허물을 문제로 삼았고

아쉬움을 남기고 그는 떠나갔다 그 후로도 글쓰기 사랑으로 살던 이들이 속속 떠났다

바티즌 님 뭉텅뭉텅 님 멀리보며 님 달성공팔 님...그리고 지난날 굴초님 연인님.

그들은 오직 글 사랑으로 얘기했기에 어떤 이유로든 사랑이 식으며 더 바랄게

없었음이나 남아있는 우리는 글 사랑 말고도 무엇이 또 있을까.

오로에 있는 동안의 모든 사람과의 인연은 그와의 인연이었고 나와 그의 인연과

나와 오로의 인연은 또 다르리라.

그래서 오로와는 다른 그와의 인연을 찾아 나선다. 경망한 선달이가 그들의

잘잘못을 떠나 탓하는 이들이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는 완벽주의가 안타까워서

탓한 이를 탓하는 또 다른 오류를 범했고 나 또한 광장과 모든 게시판을 떠나있다.

나의 경망함을 자숙하기 위해서.

고성으로 간다.

떠난 이를 만나보고 싶다는 막연한 그리움이 나를 내몰기에 인연을 따르려 한다.

어차피 인연에 내몰리며 사는 것인걸. 발버둥 친다고 다른 길을 갈 것인가.

이제는 내맡기며 살기로 했다 내가 이루었다 하는 이들이 이룬 것이 뭣이던가.

그의 포만감을 채웠다 해도 결코 스스로 인연을 만든 것이 아님은 후회도 환희도

의지대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그들은 부정하고 나는 인정한다. 뭐가 진실인가는 중요하지 않으리라

인연을 따르고 만들어가고 그렇게 서로가 살아가는 길이 다를 뿐이고

나는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는 부정하고 무시 할뿐이니까.

한때의 시시비비도 모두가 부질없는 일

세상사 오고감에 내 뜻인들 머물겠나. 그저 약간의 의지로 몸이 가는대로 맡기고

돌아오는 길 낯설지 않기를 바랄뿐인가 한다.

먼 곳도 나를 반기는 이 있어 지척이고 지척도 내갈 곳 없어 천리라 인연이 없으면

그리움도 반김도 없으리라.

떠난 사람인데 그것도 그 먼 길을 왜 가느냐고 물어온다 인연이라 대답했다

그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다면 먼 길이고 다음으로 미룰 수도 영영 못 갈수도 있다

하지만 떠났기에 한번쯤은 그를 기억함을 알려주고  인연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텐트를 챙기고 여비도 비축한다. 그리고 보니 반바지도 하나 있어야겠고 모기장도

아쉽다. 누군가 고성에서 또 다른 인연이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도 앞선다.

멀리 고성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나는 가는 날을 기다린다.

ps : 고성 다녀와서 후기 올릴 때 모두에게 추억은 아닐지라도 기억하시는 분들을 위해 만석님 근황과 함께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현재는 (재현복지재단) 에서 우리재현님이 10억 포인 을 기증하셨는데 감사드리며 저도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