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그 위풍당당(?)했던 시절에 미련을 놓지 못하고

이제 곧 4월인데도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그 심술이 여간 아니다

어디 계절만 그런가.

우리네 삶이 삼한사온은 고사하고 춘삼월이 사라진지도 오래라는 생각이 든다.

고진감래는 집나간 고양이고 눈꼴신 호사다마의 치마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여기에 나이가 들어 가을일뿐이라면 단풍이 서럽게 다가올 수밖에.

도대체 도리와 성실과 정직의 가치는 이 시대에서 그 위치와 대우는 어느 정도인가.

아마도 초가지붕이나 비포장 황토길. 물동이 물지게로 이고지고 나르든 우물물이나

마누라와 싸울까 노심초사하다 마음만 두고 죄스레 다녀가는 노부모 정도 아닐까.

환경이 요구하는 능력이나 경우가 우선되고 그 다음으로 인정되는 첩살이라 생각되니…….

이제 제비는 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박씨도 올일 없음이라 나는 기다림마저 놓아 버리는 것이다

쉬는 날 저녁나절에 맘 편한 사람과 마주하면 정치판을 씹으며 술 한 병이요.

서로 팍팍한 세상살이에 어리석은 양심과 무능한 정직을 위로하며 또 한 병이다

그래도 다음 날 새벽을 생각하여 아쉬운 만남을 재촉하며 서로에게 미안해한다.

그대로 인해 위로되고 나를 보고 웃어주는 고마운 사람들과 취하는 것도 죄스럽다

가난 앞에서 한숨지으며 가족에게 미안해서.

일용할 양식과 헐벗음을 해결하고 반 이상 빚이지만 비바람 피하는 작은 보금자리에

적당한 간식과 가끔의 쇼핑에도 우리의 가난은 끝이 없다.

욕심이라고.

지금 갖춘 것으로 유지되면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문제는 벌써 십 수 년 전부터 더 많은 유지비에 줄어드는 수입으로 한계에 다다라

그 마저도 사상누각이 된지가 오래고 회복은 나의 절제와 노력으로 붙들 수 없고

그 불안한 흔들림은 차라리 쓰나미를 기다려 변명으로 위로 하고 싶은 것이다.

가끔씩 가족을 위해 안타까운 사고현장에 내 이름을 올려 보았다

불가항력이라는 변명과 적당한 명예를 둘러쓰고 북망산 오르다 휘돌아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모두 미안하오. 하지만 이렇게라도 나로 인해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 아니오.

살다가 생각나거들랑 부디 술 한상이나 잊지 마소. “

그러나 세상에는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 많은 것을 곁에서 내가 하고 있다고 자위를 해보지만 결국 칼자루는 돈이 쥔다.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고 모자라는 그것에 술 한 잔으로 위로하고 양반자세로 앉아

망나니의 손에 올라탄 칼날에 배도 내밀고 목도 길게 늘어뜨리며 처분대로 하라고

고함을 질러도 허허로운 메아리 들어 줄 사람 없다.

더욱 나의 자부심에 소금만 뒤집어씌우고 소신은 무능의 변명이 되어갈 뿐이다.

그래서 힘들 땐 가끔 생각한다.

내 새벽은 놓지 않으리니 내 능력이 다하는 날엔 부디 안타까운 사람을 대신하여

돈 많은 사람의 발길에 채여 그렇게 남은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게 가기를 바란다고.

나에게 이 봄날은 유독 잔인하다

인간의 도리에 우선하고 몸으로 말하리라 주변을 안심시키려 새벽을 달려 나갔지만

세상은 더 많은 인내를 요구하며 해질녘 귀가 길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데

목 위에 달린 머리 무게를 새삼 느끼며 가로등에 앞서가는 그림자를 구겨놓는다

여기까진가. 

나는 무엇으로 그들의 믿음의 손위에 행복을 담아주고 환한 웃음을 볼 것인가.

세상이 야속하다고하면 나의 무능이 양해가 되고 된장찌개에 피어오르는 따끈한 온기처럼

슬며시 소주 한잔 따라주며 안주 한 점 들고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게 내 옆을 지키고 앉아

잔잔한 미소로 나의 콧등을 시큰하게 해 줄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내가 오해하며 살아온 세월이 나를 부끄럽게 하니까

그저 새벽을 달려 양해를 구하고 해질녘 빈손을 침묵으로 변명한다.

그리고 환경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나의 모든 시간은 이 순간부터 멈추게 된다.

그동안 유일한 위로가 되었던 마음 옮겨보기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