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193, 바둑입문(바둑인생 시리즈 5부 중 1편)

국교 6학년 책을 다 외워도 성적은 상위권이 못 되어 경기 중을 포기하고 경복중에 응시하여 붙었다. 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시험 보러 가던 기억이 안 잊힌다. 합격자 공고는 운동장 눈 밭 사이로 벽 위에 붙어있는 이름을 보고 기뻤던 기억이다.

중학에 들어가니 전국에서 모인 영재들인지 아무리 공부를 해도 중간 밑이다. 농구와 탁구등에 탐닉하며 교실에선 그림판 장기를 두고 방과 후 우연히 신당동 기원에 들려 실제 장기를 겨루나 곁에서 바둑두는 것을 보곤 전향했다. 중2였었지. 그때 그 친구는 지금 어느 시골 국립대 교수이지.

방과 후이건 휴일이건 기원에서 지새우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늦은 밤 인기척에 기원문을 쳐다보면 아버지가 서 계신다. 지금 생각하면 피곤하시고 짜증나셨을 텐데 별로 나무라지는 않으셨던 기억이다.

중3, 1970에는 어느새 바둑 좋아하는 친구그룹과 파카 만년필-당시 1,400원-을 걸고 리그전을 해 따먹고 만년필 사러 여러 번 남문 도깨비 시장에 출입을 했지. 왕십리까지 진출해 폭도 넓혔다. 중3초인지 중2말인지 한국기원에가 아마초단 인허를 1,500원 내고 받았다. 당시 김재구5단이 퉁퉁한 모습으로 앉아 맞아주던 기억이다. 아마가 4단 까지 였고 4단은 전국구나 되야 얻는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족했다.

명동 딸라골목에서 700원 하던 일본 바둑월간지 위기를 46권을 모았다. 당시 조치훈, 조훈현의 소식이 신문에 가끔 나던 때 였는지 나도 일본에 유학을 보내 달라 했다가 어머니는 46권 나의 애장품 일본바둑잡지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 이후 내 딴에는 바둑을 끊었다. 지금 실력이 결국 그때 실력이겠지.

그때 도일했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아마 지금 바둑학원 원장이겠지.

고교에선 대표로 문교부장관 배 전국고교생 대회에 출전했다. 허장회 등이 선수로 나오고 입단 전이었던 기억이다. 광주일고 학생을 이기고 2회전에서 경기고 에 졌다. 곁에서 유창혁 어린이가 바둑신동이라며 구경하고 조남철 선생은 대국장을 돌며 눈인사를 나눴다.

군에 입대하여 훈련소 어떻게 알았는지 교관들이 바둑을 둬 보라해 같은 훈련생인 프로와 4점 바둑을 두었다. 이젠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1974. 8월 입대였지. 빨리 제대하고 유학을 가려던 것이 미국은 그 후 엄청 세월이 지나 가게 된다.

장군을 다섯 점 접고 바둑을 두며 혼신의 힘을 다하여 딱 한 집만 이기려 면밀히 계산한다. 재미있어야 또 불러주겠지 하는 얄팍한 심사였지.

안양의 유격장에선 어찌 알았는지 가스실 선임하사가 바둑을 두자하여 가스실을 면제받곤 엄청 기뻤지.

어린 시절의 바둑에선 강렬하진 않아도 아스라한 기억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중학 때 친구들과 안양으로 멀리 자전거 하이킹을 가서 넓은 정원의 고택에서 친구 할아버지와 바둑을 둔 기억이다. 예삿분이 아니셨겠지만 기억도 못 한다.

두 번째는, 연포 해변에서 어찌 알고 찾아온 동창과 바둑을 두었다. 해변가 여관에서의 대결! 이겼었는지 졌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연포의 추억은 안 잊힌다. 친구의 별장이 있어서 자주 갔었지.

군 제대 후 복학 그리고 졸업, 첫 직장은 쌍용빌딩14층이다.

대학교수님의 추천으로 갔더니 친구 분인 상사는 바둑이 비슷한 실력이어 회사에서 가끔 두었다. 회사 대표로 토목협회 바둑대회에 나가 4등인지 했다.

그룹 기획실장이던 상사의 신임 속에 포항제철 고로 건설작업을 독일인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룹이사들이나 지점장들은 내게 먼저 인사한다. 회사일로 상사는 망명을 떠나고 어느 날 그가 다시 귀국해서 나를 찾아 둘이서 기원에서 바둑만 둔다. K은행에 신규사업을 위해 거액대출을 신청하곤 기다렸던 것이다.

바둑은 내 인생에서 초기부터 많은 역할을 한 것이지.

1급은 최소 40수는 내다보아야 한다며 너무 세상일을 복잡하게만 생각하게 된 것일까?

(5부 시리즈 중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