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을 산다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사태인 것만은 아니다..

한 사람의 행태는 많은 사람들의 정서적 인식적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곧 사회이고, 우주이기도 한 셈이다..

서산대사로부터 알려진 답설야중거 운운하는 시가 있는데

개인의 행태가 파급되는 영향력의 문제를 잘 그리고 있다..

개인은 물리적 육체를 가진 자기 인생이기도 하지만

어떤 개념, 관념, 혹은 이데아를 표현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프로기사들은 바둑의 이데아를 전하고 있고

골프선수들은 골프에 관련된 관념들을 전파하고 있다..

선근이냐 번뇌냐 하는 것은 매 순간 이루어지는 사태이고 사건이다.. 반드시 문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매 순간의 사태와 선택이 축적되어서 결국 일정 수준의 획기적 모습을 보이게 되기도 한다..

미남미녀가 선근의 축적이라면

복스럽게 살아와서 복이 온 것인지

행복해서 이쁜 것인지, 어느 쪽이라고만 말하기 힘들다..

눈밭을 걸어갈 때에 지멋대로 걸어가지 말라는 이유는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그 발걸음이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런 이정표를 두고 흔히들 단서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 단서는 꼭이 타인들을 위한 것 만은 아니다..

측은지심 인지단 운운하는 말이나

꼬엘료가 말하였던 표지,라든가 혹은 융이 말하던 신의 윙크라는 것들이 모두 단서를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 측은지심이 일어날 적에, 그 측은지심을 잘 음미하면

그 하나의 측은지심을 통하여 인,이라고 하는 보편적 사랑과 만날 수 있고, 그것은 다시 사랑이기도 하고 의로움이기도 하고 양보심으로도 드러나고 바른 판단력으로도 드러나는 보편 그 자체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단서의 의미이고 등산길에 누군가가 묶어둔 칼라풀한 이정표의 의미이고

인류역사를 관념의 모험으로 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중간관념들 모두가 모두 어머니관념의 측면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저 유명한 영겁의 노인들은 이름있는 것은 만물의 범주이니 그 하나는 어디로 가는가 라고 섞어서 알려주었을 것이다..

수많은 이름들 속에서 의미로운 하나의 이름을 따라가면, 그 하나의 이름을 통하여 연관되고 더 통합적인 이름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보다 보편적 이름과 만나게 되고 운운하는 흐름에서 어떤 귀착점이 있어서 그래서 세상에는 주제나 화두를 말하기도 하는 것일 것이다..

개별행동이나 마음씀은 결국 어떤 귀착점이나 방향성이 있는데, 그것이 그렇다는 것을 알 때에 믿음이 싹튼다..

예전에 어떤 영어표현 중에서 a path with heart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 같은 것에 비해서 궁극성은 좀 부족하지 않나 여겨지지만

보편성의 면에선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